[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78. 마케팅 팀장이 되다(6)

 “신팀장! 그런 얘기를 한다면 신팀장도 팀장될 자격이 없지. 이왕이면 신팀장보다 경험 많은 사람을 팀장시키면 되지 않나? 우리 회사에서 나보다 경력 좋은 사람 있나? 그런 문제라면 내가 해결 해 줄 테니, 다시는 내 앞에서 그 같은 얘기는 절대 하지 말게.”
  “네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모자랐습니다.”
  “그 애, 데려다 잘 써보게. 나중에 분명 좋은 인재가 될 거야.”
      
  그렇게 해서 허진희는 신팀장과 합류하게 되었다. 신팀장도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민이사 말이 옳다고 느꼈다. 그 동안 신팀장을 색안경 끼고 봤던 사람들보다는 신팀장에게 아무런 편견이 없는 신입사원이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데는 제격이었기 때문이었다.
     
  허진희는 날씬하다고 하기에는 좀 마른 몸매를 가진, 민이사 말대로 회사에서 제일 이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얼굴도 이뻤다. 긴 생머리에 청순한 얼굴과 마른 몸매는 남자들이 앞 다투어 보호해주고 싶을 정도로 맑고 순수한 매력을 풍겼다. 그러나 조용하고 차분하며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바로 남과 쉽게 친해지지 못해서, 입사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녀가 회사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신팀장도 허진희가 M&C팀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야 비로소 그녀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거친 개발 부서 팀원들과 함께 어울리며 이 험난한 길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할 허진희가 신팀장은 못내 아쉬웠으며, 과거 사업개발팀에서 함께 일했던 박성준이나 조윤희가 더욱 절실하게만 느껴졌다.
     
  신팀장을 리더로 하여, 허진희와 R&D 색조연구팀의 남대리, 포장개발팀의 김대리와 박과장 자재구매팀의 이대리, 디자인팀의 서대리, 총 6명으로 구성된 M&C TFT가 구성됐다. TFT는 신팀장의 바램과는 달리 여건 상 독립된 완전한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지지 못해서, 비록 각자의 팀에서 일을 하며 주 1회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M&C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로 했지만, 민이사가 뒤에서 무게중심을 실어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부서에서도 바짝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바로 이틀 후 TFT 멤버가 함께 처음으로 모이는 킥-오프(Kick-off) 미팅 날이 왔다. 이미 서로 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어서인지 조금은 어색하고 서먹한 각 자의 소개가 끝나자, 민이사는 이번 TFT가 회사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로 모든 멤버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계속 강조하며, 어려운 만큼 성과와 성취감도 매우 클 것이라며 인사말 겸, 당부의 말을 간략하게 남기고 다른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신팀장은 1년 간 준비해왔던 M&C 브랜드에 대해서 TFT멤버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먼저 제가 사업개발팀에서부터 진행해왔던 M&C 브랜드의 선정 배경과 컨셉,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M&C의 포지셔닝 전략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내용이 좀 많으므로 혹시 발표 중이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질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년 간의 고생을 어떻게 짧은 시간 동안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신팀장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TFT 멤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목소리 높여 설명하였다.
  “이렇게 우리는 소비자 리서치 결과 프랑스 패션 브랜드인 M&C를 선정하였으며, 코어 타겟 (Core Target)을 20대 초반의 직장여성으로 정하였습니다.”
       
  이때 디자인실 서대리가 질문을 하였다. 서대리는1년 전에 화장품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이직해온 디자이너였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와 크리에티브로 디자인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망주였다. 
       
짧은 단발머리에 캐주얼한 스키니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활기찬 목소리를 가진 여성으로, 1년 전 신팀장이 바쁜 일정으로 남들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였을 때, 그녀가 처음 입사 당시 우연히 함께 건강검진을 받게 된 인연으로 마치 입사동기처럼 친하게 지내게 된 사이였다. 디자인실에서도 이번 M&C가 지금까지 회사에서 개발한 다분히 고만고만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새롭고 야심 찬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직 화장품 물에 젖어있지 않은 새로운 인재 서대리를 투입한 것이다.
      
  “근데 아까 조사결과에는 예상 타겟 연령으로 30대가 가장 많이 나왔는데, 왜 20대 직장여성으로 하였나요?” 
신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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