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5. 갑작스런 인사발령(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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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거장은 , 가라뫼, 가라뫼입니다. 다음은….”

버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 소리에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 그는 여기가 어딘가 하며 차창 밖을 두리번거렸다. 집까지는 아직 몇 정거장이 더 남았다. 잠시 졸았기 때문인지, 살짝 열어둔 창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문득 한기가 느껴져 왔다. 그는 얼른 창문을 닫으며, 다시 한번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치 오랜 꿈에서 깨어난 듯 지난 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멀미에 뒤틀렸던 속도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러자 비로소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다시 한번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다음 주부터는 마케팅부에서 일해야 하는데…, 어쩌지?’

그는 자신이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뭐라도 하나 해야겠다는 심정에 집보다 몇 정거장 떨어진 화정역 앞에서 얼른 내려, 동네 비교적 큰 서점으로 달려갔다. 마케팅 책이라도 한 권 사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마케팅, 브랜드, 전략, 포지셔닝, 기획 등 마케팅 용어로 치장된 수 많은 책들이 넓은 코너를 장식하고 있었다. 한 순간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며, 한편으론 그 동안 너무 책을 읽지 않은 자신을 반성하며, 그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카운터로 다가갔다.

“요즘 잘나가는 마케팅 서적 중에 읽을만한 것 좀 있을까요?”

여종업원은 기계적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달그닥거리더니만 몇 권의 책 제목들을 쪽지에 적어 주었다. 그는 책들을 하나씩 찾아서 목차들을 읽어봤다. 대학 때 배웠던 기억이 책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말들이 조롱하듯이 혼란스럽게 엮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일단 가장 두꺼운 책 한 권과 가장 얇은 책 한 권을 선택했다.

하나는 '마케팅 원론'으로써, 교과서 같이 두꺼우며 저자가 학창시절에도 들어온 꽤 유명한 사람 같았으며, 다른 하나는 제목부터 인상적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란 것인데, 무엇보다도 얇은 것이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대리는 지금 선택한 책들의 저자들인 필립 코틀러,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그의 마케팅 인생에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인물들로써, 향후 자신이 그들의 거의 모든 책들을 섭렵하게 될 정도로 추종자가 될지는 전혀 몰랐다.

좀 전 차 안에서 멀미를 느꼈는지 입맛이 없었던 그는 혼자 사는 작은 오피스텔까지 몇 정거장을 터벅터벅 걸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퇴근 후 항상 끼니를 때우는 식당도 그냥 지나쳐 갔다. 그저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집에 도착한 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자 멀미로 메슥거렸던 속이 배고품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얼른 라면 하나를 끓여 소주 한 병과 함께 게눈 감추듯 식사를 때우자, 집에 들어올 때 문앞에 내팽겨쳐 버리듯 놔두었던 쇼핑백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문가로 가서 사온 책 중에서 얇은 책 하나를 꺼내 들고 쇼파에 털썩 앉았다. 제일 처음으로 선도자의 법칙이 눈에 들어왔다.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디딘 사람은 암스트롱이다. 그러면 두 번째로 간 사람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인데 두 번째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은 와싱톤인데 두 번째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번째는 기억하지만 그 이후는 잘 기억하지 못하므로, 고객의 기억을 지배하는 브랜드는 가장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맨 먼저 나온 브랜드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인드 속에 가장 쉽게 진입하는 방법은 최초가 되는 것이다.

무슨 법칙이라 그래서 따분할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리, 첫 장부터 여러 회사들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 내용들이 그가 대학에서 접했던 학문 같았던 마케팅과는 다른 방식이라, 신대리는 책을 읽을 수록 더욱 흥미로움을 느끼며 점점 더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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