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60. 사업개발팀(17)

그렇게 준비가 다 끝나갈 즈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미셸리의 이메일이 늦지 않게 도착하였다. 이제부터 프랑스 측이 휴가 가기 전까지 사업개발팀 멤버들에겐 그들의 요구조건에 대한 회사의 프로포절을 만들고, 경영진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멀고도 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M&C의 요구사항을 검토해 보니 기대와는 달리 매우 부정적이었다. 계약 기간 3년에 미니멈 로열티(Minimum Royalty)는 2억원이고. 러닝 로열티(Running Royalty)가 매출액의 7%나 되었다. 미니멈 로열티는 매출실적과 상관없이 지급하는 고정금액으로서, 최종적으로 러닝 로열티를 정산할 때 공제하고 지급하기 때문에 실적만 좋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불확실한 환경에서 만약 브랜드가 실패하거나 기대 이하로 매출실적이 저조하게 되면, 실적과 상관없이 무조건 지불해야 하기에는 꽤 부담이 큰 금액이었다.

또한 러닝 로열티 7%도 신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 개발비뿐만 아니라 막대한 광고판촉비를 써야 하는 한국시장에 있어서 꽤나 부담가는 금액이었기 때문에, M&C 브랜드를 화장품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자금여력이 부족하게 된다면 이번 사업의 매력도는 그리 좋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리고 분석결과 PBP가 3년으로 나온 M&C 브랜드는 적어도 3년 이상은 판매해야 투자에 대한 수익(ROI, Return On Investment)이 회수될 수가 있는 상황이므로, 계약기간 3년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투자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짧은 기간이었다. 따라서 사업경제성 평가 결과가 당연히 좋을 수가 없었다. NPV도 마이너스가 나왔으며, IRR도 회사의 WACC(가중평균자본비용)인 12%보다 낮게 나왔다. 결국 이번 조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로열티도 높긴 하지만, 계약기간이 너무 짧아서 그 기간 내에 계약이 연장되지 못할 경우 투자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신대리는 사업개발 업무 절차가 겉보기에 복잡해 보여도 의외로 단순한 일이라 생각됐다.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한 다양한 전략 안들을 시뮬레이션 하여 최적의 전략을 찾는 반복적인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무방식만 그런 것이지, 그런 단순 반복적인 업무가 사실은 끊임 없는 협상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사람의 진을 빼놓는 기다림의 싸움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모든 협상들처럼 M&C도 세 가지 선택의 경우가 있다. 첫째는 가장 쉬운 일로써 M&C의 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는 사업성이 없어서 P사가 수용할 수가 없다. 둘째는 그들이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P사에게 유리한 안을 주장하는 것이고, 마지막은 쌍방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더라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안을 찾는 것이다. 결국 협상이 타결되기 위해서는 세 번째 안처럼 서로가 양보해야겠지만, 그 과정이 그리 쉽지 않은 게 바로 문제였다.

M&C가 제시한 조건의 투자 경제성 평가 자료와 함께 사업개발팀 전원은 오늘도 여지없이 원탁에 둘러 앉아 심각한 고민에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기대에 너무 못 미치는 결과를 가지고 상부에 보고 하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사업개발팀 나름대로의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긴 침묵을 깨고 송팀장이 먼저 말했다.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 보면, 프랑스 기업들은 미국과는 달리 융통성이 적고 자기 고집이 강하며 뭐랄까..., 우월주의 같은 경향이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너무 강경하게 나가면 어쩌면 어렵게 여기까지 온 계약이 쉽게 깨질지도 몰라서 무척 걱정되는군요."

"하지만 팀장님, 이런 조건으로는 전혀 사업성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M&C를 들여올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M&C측이 아직 국내 화장품 시장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일단 우리회사의 조건을 강경하게 제시하며,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로 M&C브랜드를 화장품으로 새롭게 자리잡게 하기 위해 수십억 원대의 광고비를 투여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TV광고가 결국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때문에 국내 다른 패션이나 잡지 등의 M&C 라이센시(Licensee)들에게도 시너지(Synergy)를 창출해서 M&C 본사에도 부가적인 이득이 있을 것입니다."

신대리의 주장에 박성준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판촉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장품업계는 매월 많은 거래선 판촉비를 쓰고 있잖습니까? 이왕 판촉물 사다 쓰는 거, 다른 M&C 라이센시들과 코프로모션(Co-Promotion)을 해서 M&C의 다른 제품들을 판촉으로 사용하면, 국내 라이센시들이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으니 프랑스 본사도 좋아할 것 같은데요?”

조윤희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크게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맞아요. M&C패션은 옷도 이쁘고 브랜드 이미지도 좋으니 티셔츠 같은 것을 판촉으로 쓰면 소비자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그리고 M&C매거진에 광고도 싣고요.”

“팀장님, 이런 제반 비용투자를 감안해서 타당성 있는 설명과 함께, 우리회사의 조건을 강경하게 나간 다음 일단 그들의 다음 조건을 기다려 보면 어떨까요? 처음부터 우리가 너무 그들에게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대리의 강한 주장에도 송팀장은 머뭇머뭇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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