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1. 마케팅부에서의 첫 시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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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끝난 금요일 밤, 신대리를 위한 환영의 회식자리가 열렸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서인지, 신대리는 용기를 내어 그 동안 참아왔던 생각을 이팀장에게 토로하였다.

“팀장님, 제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신대리는 이팀장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거두절미하고 바로 질문을 던졌다.

“팀장님 강의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교육한 데로 실제로 하지 못하고 왜 남이 만든 것만 따라 하죠? 진정 우리만의 강점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는 없는 건가요?”

신대리는 조심스럽지만 강한 어조로 이팀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기대와는 달리 무척 실망스러웠다.



“신대리가 잘 몰라서 그런데 말이야, 이미 화장품 시장은 성숙시장이야.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으며, 설령 있다고 해도 그걸 개발하고 광고 하려면 엄청난 투자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리회사 입장에서는 엄두가 나지도 안는다고. 그래서..., 못하는 게 아니라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안 하는 거란 말이야”

“그러면 적은 투자로 파고들 수 있는 잠재시장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초저가 화장품인 미샤 이후로 화장품 전문점은 점점 줄어들고 더페이스샵에, 이젠 아모레까지 나서서 브랜드샵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도 그들처럼 새롭고 강한 영역을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신대리는 물러서지 않고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였다.

“신대리, 그런 거 내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나도 다 안다고 알아!”

이팀장은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그런 후 기다렸다는 듯한 일장연설이 시작되었다.

“화장품 전문점이 대형화 되고 체인점화 되면서부터 그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우리도 과거 5년 동안 무진장 많은 노력을 해봤지만 그게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애니웨이, 된 건 별로 없고 돈만 날리고, 결국 지금에 와서 이 정도뿐이 안 되는 걸 어쩌란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내실을 기할 때이지, 함부로 일을 벌이면 안 된단 말이지. 아직은 좋은 회사 이미지를 가지고 두루 널리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로 무난하게 나가는 것이 좋아. 현재 우리의 주력 브랜드인 아르보아는 그래도 잘 팔리고 있지 않나?”

이팀장은 과거 10여 년 동안 회사에서 자신이 했던 일들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한편, 현재 회사 경영진들의 문제점 및 회사 자금력의 문제 등을 비판하다가, 나중에는 영업부로 넘어가서 이 모든 일들이 영업부가 형편 없어서인 것처럼 책임을 돌리면서 하염없이 주절거렸다. 신대리는 그래도 굽히지 않고 기회를 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었지만 이팀장의 말을 끊기가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 실컷 떠들 만큼 떠들어서인지, 이팀장은 한마디로 잘라 말하며 그의 말을 끝냈다.

“애니웨이, 현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단 말이야! 신대리가 잘 몰라서 그런 걸로 알고 이번 일은 그냥 넘어 갈테니, 술 맛 떨어지게 앞으로 더 이상 그런 얘기 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란 말이야~!”

신대리는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단지 그 동안 가져왔던 의문을 단 한번 물었을 뿐인데, 마치 무슨 큰 잘못을 한 사람처럼 취급 받은 것이다. 그는 마케팅 직원들이 왜 이팀장 앞에서 의견을 잘 얘기하지 않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으며, 바로 이런 팀장의 사고방식 때문에 제대로 된 전략이 수립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문득 그는 이팀장의 모습에서 전 직장 가전영업부에서 직원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오직 지 멋대로만 하던 허지점장이 떠올랐다. 그 허지점장과의 마찰 때문에 그도 결국 남들 부러워했던 대기업 전자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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