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35. 마케팅 전략 조사보고(6)

“잘 봐라. 일단 우리회사의 가격이 예상보다 더 크게 무너지고 있어. 회사는 직영영업소가 있으니, 당장 실적만 나오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진이 점점 더 깎이고 있는 대리점들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어. 그러니 회사는 대리점이 떠난 공백지역에 또 직영영업소를 설치하고 매출을 증가시키고 있는데, 사실 눈에 보이지 않게 직영영업소 유지를 위한 사무실 임대료 및 인건비 등의 고정비 부담이 다시 회사에게 큰 타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게다가 영업소장들이 자체적으로 조정한 할증 때문에 재고수불이 제대로 맞지 않고 있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영업소장들도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지는 엄청난 사태가 곧 벌어질 거야.”

신대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한숨을 쉬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휴~! 게다가 브랜드숍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화장품 매장을 하나 둘씩 빼앗아가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앞으로 시판시장은 브랜드숍으로 인해 엄청나게 큰 전환점을 가지게 될게 뻔한데, 그 시기에 함께 편승하지 못하면 어쩜 우리회사는 문을 닫을지도....”

신대리의 얘기가 너무 비관적으로 흐르며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말로 이어지자, 박성준은 신대리가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닌가 생각하며, 다시 본론으로 그를 데려오려고 했다.

“에이... 대리님도 참~! 설마... 말도 안 돼요. 우리회사가 얼마나 오래된 회사인데 말이어요. 아무튼 시간이 별로 없어요. 곧 회의실도 비워줘야 해요. 일단 빨리 진도 나가시죠.”

“아~, 그래. 어디까지 했더라…? 아, 맞다. 이제 마지막으로 프로모션(Promotion)에 대해 할 차례지. 이쪽은 나도 잘 모르는 분야라서, 별 거 없어. 간단히 말할게.”

신대리는 오래 얘기하느라 갈증이 나는지 입술을 한번 훔치고는 침을 크게 꿀꺽 삼키고 나서, 다시 자료를 살펴보며 말을 이었다.

“아미앙떼는 미스 프랑스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여 TV CF를 실시하였으나, 기대와는 달리 미스 프랑스에 대한 인지도가 한국에서 크게 어필하지 못하였고, 미스 프랑스만 강조하는 차별화되지 않은 광고 또한 소비자의 이목을 끌지 못했어. 또한 3개월 동안 6개월 예산을 몰아치는 경쟁사에 비해 월별 적은 비용으로 고르게 광고하는 방식은 집중도를 떨어뜨려 상대적으로 노출빈도도 작게 느껴지게 해서, 인지도 약한 모델을 더욱 약화시키는 꼴이 되어버렸어. 결국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TV광고를 집행했으나, 아미앙떼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지. 앞서 제품 때도 얘기했지만, 내 생각에 이제 광고는 모델 중심에서 탈피하여 컨셉이 담긴 스토리가 광고로도 표현되어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특히 기능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아미앙떼는 더욱 그러하지. 그렇고 말고.”

한 시간에 걸친 신대리의 설명을 듣고, 박성준은 시장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인사이트(Insight)에 다시 한번 그를 우러러 보게 되었다. 평소에 맨날 책만 보고 일도 제대로 안 하는 것 같았던 그가 언제 이리 자신도 모르게 실력을 쌓아갔는지, 박성준은 스스로 부끄러움도 느끼며 한편으론 그와 함께 하는 이번 모험에 자신감도 확고해지게 되었다.

“대리님, 잘 알겠습니다. 앞으론 저만 믿으세요. 제가 그 동안 못한 일까지 일당 백으로 다 할테니….”

“하하~ 그래, 잘 부탁한다. 나 그 동안 무지 고생했다. 이제 그 두꺼운 자료를 분석해서 레포트를 만드는 일이 시급해. 시간이 별로 없어. 더욱이 업무 시간보다 다들 퇴근한 후에 일을 해야 하니 더 힘들 거야.”

“그런데, 대리님 마케팅 실력이 언제 이렇게 늘었어요? 그 동안 저는 뭘 했는지 모르겠네요?”

박성준의 말에 신대리는 위안의 말을 주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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