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6. 시장조사 업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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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리 늦어서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오늘 따라 유난히 손님들이 많네? 신대리가 손님들을 몰고 온 건가? 하하~”

문선배의 목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어느덧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이미 두 시간이 지난 후였다. 요즘 매장들을 돌아 다니며 신경을 많이 써서 무척 피곤했었는지, 신대리는 비좁고 지저분한 소파였지만 깊고 달게 잔 것만 같았다.

“응, 이제 다 끝났어요? 빨리 술 한잔 하러 가자, 형.”

신대리는 길게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그래, 요 앞 서서갈비로 가자. 오늘 돈 좀 벌었는데, 소갈비로 한턱 낼게. 서서갈비지만 앉아서 먹는 곳이야, 하하하.”



문선배의 쾌활한 웃음이 벌써부터 그의 기분을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술이 여러 잔 도는 동안 문선배는 그 동안 화장품전문점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얘기를 여러 갈래로 풀어놓았다. 한마디로 매출이 꾸준하지 못해, 어떨 때는 완전히 공치는 날도 있을 정도로 어렵다는 것이다. 한 달 중 반만이라도 오늘만 같았으면 일할 맛이 날텐데, 실상은 이 지역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기복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신대리도 1호선 남영역은 고정고객 보다는 유동 고객이 많은 곳이라, 언뜻 보기에는 사람이 많아 보여 상권이 좋아 보이지만, 술집 또는 음식점이 아닌 화장품이나 의류 등의 매장을 운영하기에 그리 좋은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신대리도 현재 문선배의 신세타령을 계속 들어줄 형편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형, 나도 고민이 좀 있어요.”

신대리는 말할 틈을 간신히 찾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문선배의 말을 끊었다.

“형은 매장을 하니까, 다른 회사 정책에 대해 잘 알 수 있잖아요? 혹시 내가 타사 정책을 체계적으로 입수할 수는 없을까요?”

“글쎄, 다들 매출실적 등급에 따라 다르게 프로모션을 하니까, 전체적인 거 파악 하려면 다리 품을 많이 팔아야겠지.”

“그러게요. 내가 그 일을 며칠 해봤는데, 할 짓이 아니더라구... 정확한 자료 얻기도 힘들고, 시간과 돈만 낭비한 것 같아요. 아예, 형처럼 협조적인 전문점을 지역별로 선정해서 정기적으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더 좋겠다 싶기도 해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화장품 장사하는 사람 중에 우리 회사 출신들도 많잖아? 내가 OB 모임에서 한번 얘기해볼까?”

“아니에요. 그러면 정보가 너무 우리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치우칠 것 같아서….”
신대리는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는 마치 매우 쓴 약을 먹은 것처럼 깊은 인상을 쓰며 고기 한 덩어리를 입에 한 가득 머금은 채 대답했다.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이며 또 다른 소주 한잔과 함께 입안의 고기를 간신히 삼키고 나서 계속 말을 이었다.

“이번 주 내내 매장을 방문하다가 내 나름대로 생각한 게 있어요. 이른바 안테나 매장이란 것을 운영할까 하거든요.”

“안테나 매장? 그게 뭔데?”

문선배의 질문에 신대리는 간단하게 안테나 매장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원래 안테나 매장은 신제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전에 소비자의 반응을 테스트 하기 위해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일종의 시범 매장이에요. 주로 의류회사에서 많이 하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판매나 수익보다는 순전히 신제품에 대한 테스트 마케팅을 하는 곳이죠. 그래서 이곳은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그 자리에서 들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신제품을 홍보할 수도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가 있어요. 이렇게 안테나 매장에서 수집한 소비자의 반응과 정보를 종합해서, 신제품을 개선하고 보완하여 나중에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 그게 네 조사업무랑 무슨 상관이냐? 우리회사에서 그런 매장을 만든다고? 야~ 택도 없다, 택도 없어.”

“아니, 형~, 지금 당장 매장을 어떻게 만들어요?”

신대리는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한번 소주 한잔을 머금고 나서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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