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4. 갑작스런 인사발령(4)

그래서 그는 영업부에서 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았다. 만 3 년동안 주말도 쉬지 않고 밤낮으로 온 몸을 바친 결과 남다른 성과도 올렸으며, 선배 및 동기들과 어려움을 극복했던 노력과 경험,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희열과 성취감 등이 그를 어느새 열정적인 영업사원으로 변신시켰다.

무엇보다도 그는 영업을 하며, 잘 몰랐던 거래관계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고, 가장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적관계를 두텁게 할 수 있어 영업이 점점 더 좋아졌다. 이렇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영업이 바로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앞으로도 계속 전문 프로 세일즈맨으로 성공하고, 언젠가는 돈을 모아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꿈도 꾸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직장상사인 허지점장과의 말다툼 끝에, 참을 수 없는 젊은 혈기로 사표를 내던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건 일순간의 섣부른 감정이 아니었다. 대기업 조직의 수직적 명령체계와 상급자의 개인적이고 부당한 요구에 대한 누적된 항변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지울 수 없는 자욱이 되어 남아있었다.
그 후 백수시절의 방황이 6개월 간이나 지속 됐다. 그는 차라리 재취업보다 학창시절 하려다 말았던 대학원에 다시 진학해보려고 도서관에서 토플공부를 파고들기도 하였지만, 3년간 영업부 생활의 경험이 그를 도서관 한 모퉁이에 가만히 앉아만 있도록 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는 다시 생각을 바꿔 진학보다 IT라는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기 위해, 퇴직금을 탈탈 털어 최신형 노트북 PC를 구입하고 컴퓨터 랭귀지 학원도 다니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였지만, 직장을 재취업하는 건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때론 술을 마시며 경솔했던 자신에 대해 후회도 하고 신세한탄도 하다가, 술좌석에서 우연히 친구를 통해 대학 경영학과장을 찾아가서 부탁해보라는 말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가 소개받은 화장품 회사가 지금 2년 째 근무하고 있는 이곳인 것이다.

그래도 회사는 대기업 출신인 그를 대리직급으로 우대 채용하여 영업지원부에 배치시켜주었다. 영업지원부는 전국 영업본부 소속이었지만, 직접 영업을 뛰는 곳이 아니라 영업정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곳으로써, 대기업 시절 그의 영업경험이 상당히 도움이 되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중견기업이라곤 하나 회사의 업무 시스템이나 프로세스는 대기업만 못했기 때문인지, 그는 남들과 다른 눈으로 회사의 문제점을 잡아내며 매우 우수하게 업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그는 백수시절 배웠던 컴퓨터 스킬과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대리점 관리의 병목현상과도 같은 재고관리업무를 데이터베이스로 직접 프로그래밍하여 혁신적으로 업무개선을 이루었으며, 장려금 제도 및 판촉 정책 등의 각종 영업전략을 수립하여 업지원부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이 모든 노력은 회사 차원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순수하게 업무를 개선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노력으로 머물러야만 했다. 그는 전산실에 업무개선을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는 회사차원의 일이 아니라 사적인 일이라고 거절을 당하자, 개인 돈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서 퇴근 후에도 밤새도록 프로그래밍을 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또한 그는 영업지원부와 업무적으로 관련된 사업개발부나 마케팅부의 업무협조 상의 문제점이나 개선안들을 수 차례 제안도 하였지만, 이런 그의 의견들은 철저히 무시되기가 십상이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그는 다른 부서의 협조보다는 뭐든지 영업본부 내에서 일을 해결하려고 하였고, 점점 다른 부서 사람들에겐 매우 냉소적인 사람으로 보여지게 되었는데, 그런 악연이 인연이 되었는지 원수 같은 마케팅부로 이동하게 되었으니, 이번 이동발령은 그에게 있어서 걱정할만한 큰 사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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