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19. 시장조사 업무(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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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리가 마케팅 정책 및 신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위해 계획한 안테나 매장 운영계획은 매우 좋은 평을 받고 채택 되었다. 안테나 매장 운영은 다음과 같은 일석이조 (一石二鳥)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첫째, 전국 주요 매장으로부터 자사 및 경쟁사의 정책 현황을 고객의 입장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현상 파악할 수 있으며, 새로 출시된 신제품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Pilot Test)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신제품에 대해서는 그간에도 출시 전후 다방면의 조사가 있었지만, 주요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 적은 별로 없었다. 이렇게 판매자가 직접 제품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신제품에 대한 충성도(Loyalty)를 높일 수 있어, 향후 경쟁사 제품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 판매를 증대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둘째, 설문조사 보답으로 지급하는 미니샘플(Mini Sample)은 그 자체가 주요 우수 매장에 대한 고객관리가 되는 한편, 샘플을 통한 제품 홍보 및 판촉 효과가 있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수가 있다. 물론 샘플 지급 비용이 적지 않게 들겠지만, 비용 대비 거둘 수 있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안테나 매장은 일차적으로 A급 100개 매장을 선정하여 실시하기로 했지만, 운영 결과에 따라 향후 300개 매장까지 점차적 증가시키기로 했다. 신대리는 처음에 조심스럽게 50개점으로 시작하려고 했지만, 샘플의 유의성 측면에서 바이어스(Bias)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개점의 표본은 있어야 한다는 이팀장의 의견으로 100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직 마케팅 업무에 미숙한 신대리는 이번 안테나 매장 운영 계획 수립 과정을 통하여 이 팀장으로부터 여러 조언을 들을 수 있었으며, 처음에 가졌던 이 팀장에 대한 나빴던 선입관을 어느 정도 떨쳐 버릴 수가 있었다.
안테나 매장 선정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전국 화장품 전문점이 1만개에 육박했고, 그 중 거래하는 코너만 해도 5천개가 넘는 상황에서 100개 매장은 턱없이 적은 숫자였기 때문에, 너나 없이 자신의 주요 거래선을 선정하게 하려던 영업부와 진통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파레토의 법칙(80/20 법칙)처럼 전체 매장의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 뚜렷하게 양극화되고 있는 시판시장에서,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회사로서는 우수 100개 매장이 더욱 중요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결국 영업부와의 합의에 의해 순차적으로 300개 매장으로 확산하기로 한 것이다.

안테나 매장 운영계획은 그 동안 영업 경험이 풍부한 신대리를 마케팅으로 영입하여 시장의 의견을 마케팅 전략에 반영하자는 취지에 잘 부합되는 성공적 사례였다. 이런 이유로 마케팅 직원들도 신대리의 필요성을 다시 인정하게 되었고, 신대리도 2개월 만에 비로소 다분히 배타적이었던 마케팅부의 진정한 일원으로 인정 받을 수 있게 되었다.

11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첫 시장조사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신대리는 안테나 운영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세부 실행계획(Action Plan)을 작성하면서, 최근 브랜드숍으로 자리를 옮긴 동료 및 선배를 통하여 동 회사의 시장조사 담당자들과 연락을 취하는 한편, 시간을 내서 개별적으로 한번 만나서 모임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브랜드숍은 한창 성장하는 단계로 모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들도 현재 화장품전문점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숍의 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모임을 통한 정보획득이 절실하던 참이었다. 두 사람 모두 기뻐하며 모임 날에 자료를 준비해서 나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물론 신과장을 통하여 4개 회사가 더 확보되어, 8개사가 우선적으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모임 장소는 신촌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가 결국 오후엔 흰 눈을 풍성하게 함박 뿌려대고 있었다. 신대리는 지하철역을 나와 연세대 쪽으로 길을 걸었다. 가뜩이나 눈 때문에 혼잡하고 비좁은 차도를 무질서하게 건너는 사람들로 자동차들은 클락션을 크게 울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혼잡한 곳은 차도뿐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정상적으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간신히 사람들 틈을 헤쳐서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약속 시간인 4시보다 20분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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