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61. 사업개발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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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팀장은 그 동안 항상 유리한 조건에서 일해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 자신의 성과가 날라갈 것 같은 리스크를 감내하기에는 무척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사업개발팀의 업무 속성이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 관점보다는 계약을 어떻게든 성사시켜 성과를 올리려는 성향이 다분히 강한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송팀장의 지금까지 경험이 그런 환경에서 익숙하다 보니 쉽게 모험을 하고 싶지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게 판 자체가 깨져 버리면 안될텐데...."

결국 참다 못한 신대리가 또 다시 고사성어를 운운하며 설득에 나섰다.

“팀장님, 36계에는 타초경사(打草驚蛇)란 말이 있습니다. 막대기로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말인데, 막대기로 치기 전까지는 풀 속에서 보이지도 않는 뱀이 어떤지 모르는 상황 아닙니까? 자칫 뱀에 물릴 수도 있고요. 풀을 쳐서 뱀을 유인한 후에야 비로소 물리지 않고 잡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일단 이렇게 우리의 안을 던지고 나서 상대의 동정을 살펴보는 전략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에겐 미셸리가 있잖아요. 그녀는 진짜 프로페셔널한 협상가 같던데요?"

신대리의 주장에 송팀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제스처로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뒤척이며 말했다.

"그 놈의 옛날 이야기는 참내…. 사람 할 말 없게 만든다니까. 좋습니다. 그럼, 우리 주장을 다시 한번 검토해봅시다."

"팀장님, 우리회사의 조건은 러닝 로열티 3%, 미니멈 로열티 1억원, 그리고 계약기간 5년 입니다. 특히 런칭 첫 해는 80억 예상매출에 30억원의 광고판촉비가 투여되기 때문에 적자이고, 둘째 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며, 3차년도부터 이익이 발생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데, 4차년도부터 비로소 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면서 우리회사의 이익에 진정으로 공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베스트 케이스(Best Case) 분석 결과는 PBP가 2년 6개월, 5년간 NPV는 50억이며, IRR은 우리회사 왝(WACC) 12%보다 훨씬 높은 20%입니다."

"왝? 근데, 왝이 뭡니까?"

송팀장의 질문에 박성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팀장님, 발음하기가 편해서 우리끼리는 WACC를 그냥 왝이라고 합니다."

"사람들 참... 그래도 그게 돼지 잡는 소리도 아니고 왝이 뭡니까? 다음부터는 그렇게 말하지 맙시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들 웃으며 대답은 하였지만 아마도 왝이란 말은 계속 사용될 것이 뻔했다. 그래도 왝 덕분에 심각한 분위기가 갑자기 화기애애해진 것 같아 무거운 기분이 다소 사라질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자기 자본율이 상당히 높고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지 않은 개인회사라서 WACC가 12%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경팀과 논의해본 결과 내부적으로 12% 이상을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박성준이 '왝~!' 12%가 우리 목줄을 쥐어짜는 것 같다며 우스개 소리를 한 것이 이제는 모두의 공용어가 된 것이었다.

송팀장은 코 끝으로 흘러내린 검은 뿔테 안경을 왼 손으로 치켜 올리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우린 이 조건으로 밀어 부쳐 보고, 그게 잘 안될 경우 차선책을 제시하는 걸로 합시다. 그런데 신대리, 차선 책은 어디 있나요?"

"네? 아, 그게.... 지금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이 조정안을 어떻게 제시할지 몰라 고민 중이지만,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로열티 5%에 계약기간 5년은 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색다른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옛날 이야기를 또 안 할 수가 없는데…."

신대리는 잠시 뜸을 들이며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주저하자 박성준이 참다 못해 나셨다.

“어휴~ 대리님, 36계 병법에 대해서는 귀에 딱정이 생기도록 이미 수도 없이 들었으니, 걱정 마시고 말씀 좀 해보세요.”

박성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신대리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마치 좋아하는 장난감을 갖게 된 어린 아이처럼 36계 강의에 열을 올렸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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