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43. 마케팅 전략 조사보고(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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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국내 시판시장은 지금 한 마디로 아수라장입니다. 과도한 할인과 판촉 경쟁은 이미 브랜드 생명을 갉아 먹다 못해 회사의 이미지까지 삼키고 있습니다. 그 예로 우리회사 제품들은 이미 전문점에서 40% 이상 할인을 하지 않으면 구입하지 않는 제품들로 가득합니다. 우리회사는 더욱이 단기적 매출 증대에 급급하여 직영 영업소를 통한 매출 밀어내기를 자행하였고, 이는 우리회사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신대리, 질문과는 거리가 먼 얘기인 것 같은데….”

김상무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는 직영영업소 문제가 워낙 첨예한 일이라 여기서 거론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상무님. 이건 매우 중요한 연결선상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자금을 맡고 계시는 유이사님도 계십니다. 아까 우리회사의 자금 여력에 대해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회사가 방문판매부터 시작하여 30년간 상당한 자금을 축적한 것으로 다들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갑자기 자금력에 문제가 생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직영영업소의 증대입니다. 사무실 임대료 및 인건비는 무시 못할 자금 투입입니다.”

신대리가 유이사를 힐끔 바라보자 유이사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직영영업소의 단기적 성공으로 가격은 더욱 무너졌고, 경쟁력 높은 브랜드숍의 증가로 화장품전문점들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문점들과 거래하는 대리점들이 회사에서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럼 회사는 또 직영영업소를 더욱 늘려야만 할까요?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국적인 유통을 모두 직영으로 커버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우리도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는 브랜드숍에 투자를 해서 프랜차이즈를 통해 가맹점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당장은 직영영업소에 투여된 자금을 회수하여 직영점으로 시작하지만, 후에 가맹점을 모집하여 매장을 확대해 나가지 않으면 회사의 자금력은 위태로워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지만, 오직 미리 대비하고 준비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즉, 할인경쟁에 회의를 느끼고 떠난 우수한 화장품전문점들은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만 있다면 분명히 다시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유명 브랜드가 필요한 것입니다. 저가 브랜드숍의 박리다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매장 점장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고단하게 일을 해도 수익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가 브랜드숍도 결국엔 가격을 올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TV광고도 해야하기 때문에 브랜드숍의 가격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입니다. 그때 우리회사는 더욱 좋은 이미지로 중고가의 외국 유명 브랜드숍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그래서 처음엔 회사보다는 브랜드가 중요합니다. 가격할인이 기본으로 되어 있는 우리회사를 철저하게 감추고, 해외 브랜드만을 소비자에게 내세워야 합니다. 이제 우린 브랜드에 투자해야 합니다. 기술이 점점 평준화 되고 있는 지금, 앞으로 화장품의 미래는 오직 강력한 브랜드 밖에 없습니다. 브랜드에 투자하면 우리회사는 반드시 제2의 전성시대를 다시 구가할 수 있으리라 저는 믿습니다.”

신대리는 한 호흡에 너무 많은 말을 내뱉은 자신을 후회하며 주위를 살폈다. 좌중은 매우 조용했다. 이 정도면 서로 수근 되는 소리가 들릴 거라 생각도 했는데, 의외로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짝짝짝짝….’

사장의 박수 소리를 시작으로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프리젠테이션은 대 성공이었다. 신대리는 복받치는 감동을 느끼며 감사의 인사를 계속하며 퇴장하였고, 잠시의 휴식도 없이 임원진 회의가 밤 늦도록 계속되었다. 결국 임원진들은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신대리의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으며, 사장은 이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하겠다고 선포하였다.

이제야 비로소 신대리는 진정한 마케터의 길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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