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48. 사업개발팀(5)

송팀장을 포함한 사업개발팀 멤버들은 조사를 직접 진행한 D사의 엄대리와 장시간 회의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M&C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화장품이라는 막연한 이미지와 선입관은 코어 타겟이 올드하다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제품개발 시 젊은 느낌의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M&C가 다른 두 개의 브랜드보다 인지도를 포함한 다른 항목에서는 월등한 지표를 나타냈기 때문에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송팀장은 바로 M&C에 대해서 경영진에 보고를 하였으며, 이에 대해서 다른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소비자 조사 결과도 좋았지만, 현재 국내에 형성된 성공적인 패션 이미지에 대해 대부분이 만족스러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과연 어떻게 이 브랜드를 라이센싱해 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송팀장은 수소문을 통하여 프랑스 파리에 있는 M&C 본사의 해외 라이센스 담당자를 찾아, 브랜드 라이센싱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몇 주가 되어서야 온 대답은 한마디로 “No”였다. M&C 브랜드의 최대 주주가 화장품으로 유명한 회사이기 때문에 화장품으로 라이센스를 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다른 외국이 아닌 한국 내로 지역을 한정하겠다는 등의 설득도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 되고만 것이었다. 이미 경영진에서는 M&C에 대해 철떡같이 믿고 있는데, 송팀장은 지금 와서 안 된다는 말을 하기도 무척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송팀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다렸던 신대리는 어쩔 수 없이 답답한 마음에 송팀장을 찾아가서 말했다.

“팀장님, M&C 측에선 아직 좋은 결과가 오지 안나 보죠? 이제 어떡하죠? 계속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러게 말이야. 아무래도 차선이었던 FG 브랜드를 컨택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휴~ 나도 어쩌야할지 모르겠다.”

“팀장님, 병법 36계에 ‘차도살인(借刀殺人)지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칼을 빌려서 사람을 죽인다는 것으로서, 상대를 공격할 때 꼭 자기가 직접 공격하지 않아도 다른 상대의 힘을 빌려서 공격하는 전략이죠. 반드시 우리가 직접 상대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먼저 팀장님 인맥으로 M&C 담당자와 연관이 있는 사람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다소 커미션 비용이 들더라도 그 사람을 통해 설득할 수 있다면, 어쩌면 더욱 효과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래.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나도 여기 와서 첫 작품이다 보니 내 욕심이 과했던 것 같네. 알았어. 파리에 쟝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이 분야의 마당발이지. 빨리 쟝에게 부탁 한번 해봐야겠네.”

송팀장은 전화번호를 찾아 급한 마음에 이미 늦은 밤인 파리의 쟝에게 전화를 걸어 프랑스어로 한 동안 통화를 하였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쟝에겐 좋은 소식이 없었다. 송팀장은 수차례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그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내용뿐이었다. 그렇게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 프로젝트를 시작한지도 3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미 각 종 뉴스에서 올 해가 수십 년만에 사상 최악의 무더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흘러 나올 정도로 때 이른 5월의 더위는 팀원들을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있었다.

박성준은 오전부터 외근을 나가고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사무실 원탁에 둘러앉은 세 명의 멤버들은 선풍기 바람에 더위를 식혀도 전혀 시원한 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이 달아 올라 있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M&C를 포기하고 두 번째 후보로 접근해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미루었다가는 올 한 해가 아무 성과 없이 그냥 지나갈 것 만 같았다. 이렇게 M&C를 포기하자는 결론으로 오전 미팅이 끝나갈 때쯤, 쟝의 소개로 프랑스에서 한 여성이 방문하였다.

미셸리!

학창시절 비틀즈의 감미로운 발라드 곡 ‘미셸’을 좋아했었기 때문인지 신대리는 그녀의 이름이 왠지 더욱 친숙하게 느껴졌다. 나이는 신대리보다 두 살 연상으로 송팀장과 같았지만 160cm가 채 안 되는 작은 체구와 나이에 걸맞지 않은 동안과 밝은 성격에서 나오는 톡 쏘는 듯한 청량한 목소리는 그녀의 나이가 36세라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녀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미국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지내왔으며, 지금도 프랑스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 4개 국어에 능통한 엘리트였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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