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전해온 K-뷰티 ‘경고 메시지’

[인터뷰] 조성선 SD생명공학 유럽지사장… 독일 발령 8개월 “K-뷰티 위기 직감”,
유럽에서 K-뷰티 분명 핫 트렌드, Made in Korea만 즐비, 유럽 브랜드&리테일 PB 수혜,
섣부른 유럽 진출 대신 국내 브랜드 연합 진출 모색 조언

유독 ‘K-뷰티 유럽진출 청신호’ 보도에 몸서리쳤다. 실상을 알아서다. 오히려 “유럽을 포스트차이나 시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사람. 작년 11월 유럽지사장으로 인생의 제2막을 연 조성선 SD생명공학 이사다. 



8개월... 그는 유럽 곳곳으로 출장을 다녔다. 시간이 갈수록 현지에서 격감한 K-코스메틱의 미래는 무거웠다. 유럽에서 K-뷰티의 브랜드가 자취를 감추고 있어서다. 특히 1등을 지킬 것 같았던 마스크팩 시장은 이미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조성선 SD생명공학 유럽지사장은 “유럽에 한국 브랜드는 없다. Made in Korea만 있을 뿐”이라며 K-뷰티의 위기를 내다봤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브랜드가 개별적으로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곳, 섣불리 아이디어·콘셉트만 빼앗기는 시장이 유럽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 Made in Korea ‘유럽 브랜드’ 판친다

조성선 유럽지사장의 주요 일과 중 하나는 오프라인 채널 둘러보기다. 화장품이 주 업무지만 콜래보레이션을 대비해 패션이나 액세서리 동향도 함께 체크한다. 거주지인 독일 외 출장 간 지역의 리테일도 꼼꼼히 살펴야 직성이 풀린다.

조성선 지사장은 “작년 11월 독일에서 처음 근무할 때 더글라스나 뎀(DM) 등 유통채널에서 봤던 K-코스메틱 브랜드가 최근 부쩍 줄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부분 유럽 브랜드로 바뀌었다. 글로벌 브랜드와 유통채널 PB가 한국 제품을 카피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 OEM 사를 직접 섭외해 제품을 생산한다”고 우려했다.

조성선 지사장이 K-뷰티의 위기를 직감한 것은 올해 3월 ‘2018 볼로냐 코스모프로프’ 박람회서다. 당시 유럽 화장품 브랜드 홍보부스마다 마스크팩이 계속 눈에 띄었다. 담당 BM에게 제조원을 일일이 알아본 결과 대부분이 한국 OEM 업체였다. 

유럽은 제조원을 표기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쉽게 K-뷰티 제조원을 알 수 있다. 현재 유럽 브랜드 사와 한국 OEM을 연결하는 에이전시가 늘고 있는 이유다. 영국과 폴란드는 6~7개 정도로 가장 많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체코 등도 브랜드와 OEM 연결이 활발하다. 

실제 조성선 지사장이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랑콤, 에스티로더, 오리진스 등 대부분 제조원은 한국이었다. 랑콤은 마스크팩으로 면세점을 점령했고 에스티로더는 페이스마스크팩, 아이마스크팩, 여행용 키트를 내놓은 상태다. 

로레알의 대중적 브랜드 가르니에는 유럽의 가장 많은 시장에 마스크팩을 판매하고 있다. 3.59~9.99유로의 가격대가 형성된 이 시장에서 가르니에는 1.89유로에 판매한다. 에스티로더 계열 오리진스는 6~7종 마스크팩을 라인업 했고 시세이도와 비쉬도 강세다.

유럽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의 K-뷰티 관심 상승’ → ‘한국 OEM 제조 유럽 브랜드 정착’ → ‘한국 브랜드 소멸’ → ‘Made in KOREA만 생존’ → 결국 ‘유럽 브랜드+유럽 제조원 독식’의 프로세스가 K-뷰티가 맞닿은 최악의 상황이다. 



#2. 미투는 기본, 유럽 유통 체인 ‘PB/PL’

CJ 오쇼핑에서 근무했던 조성선 이사는 홈쇼핑 MD계의 ‘조통령’이라 불릴 만큼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히 PB 파트의 조예가 깊다.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PB 시장을 직접 파악했다. 또 1000억원 매출의 CJ 오쇼핑 PB ‘SEP’이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유럽에서 PB/PL의 제품 비중이 70%를 넘는 국가도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은 PB가 안정화된 단계”라며 “유럽의 뎀, 로스만 등 드럭스토어 채널은 PB와 PL이 60~7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리테일의 특징은 해외의 핫 트렌드를 찾아 유럽에서 이슈를 만들고 카피 및 미투 제품을 제작해 현지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즉, 거대 체인은 유행하는 한국 브랜드의 콘셉트를 유럽인들의 감성에 맞게 다시 PB나 PL로 제작한다는 것. 이 상황을 K-뷰티가 조심해야 한다.

실제 프랑스 마리오노 매장에는 PB 브랜드 ‘사랑해’가 전시돼있다. 중국에서 제조한 카피 제품이다. 뎀의 PB ‘발레아라’는 동물 마스크팩, 보습 마스크 등 인기 마스크팩 미투 제품을 깔고 있다. 더글라스 등 유럽의 규모 있는 유통 채널들이 자체 PB/PL 만들며 K-뷰티 영역 장악에 나섰다. 

#3. K-코스메틱, 유럽 정착 위한 ‘세 가지 조언’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유럽시장 부진 △유럽·동남아 미투 제품의 침공 △리테일 채널의 PB/PL 수혜자 등극. 분명 유럽에서 K-뷰티는 너무 많은 숙제에 직면해있다. 그럼에도 조성선 지사장은 SD생명공학 제품의 유럽 정착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흔히 SD생명공학은 마스크팩 전문 기업으로 생각한다. 마스크팩 매출 비중이 높아서다. 사실 SD생명공학은 R&D 우선기업이다. SD생명공학은 SNP화장품 외 ‘셀레뷰’, ‘히든랩’, ‘엠솔릭’ 등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또 유기농생리대, 황사마스크 등 생활용품도 진출했다. 제품군이 폭넓어 유럽에서 리테일 담당자에게 제안할 내용이 많은 셈이다. 

조성선 지사장은 “곧 유럽지사는 SD생명공학의 장점이 될 것이다. 마케팅과 세일즈가 동반되기 위해서 신속한 현지 커뮤니케이션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SD생명공학은 EU 28개국의 진출목표는 있지만 핵심 국가별 전략적으로 움직이겠디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는 “아직 뚜렷한 매출은 없다. 반면 EU 14개국과 계약했고 하나씩 론칭하고 있다. 38개 품목의 CPNP 등록을 마쳤다. 33개 품목도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며 SD생명공학의 유럽 안착을 기대했다. 

그는 유럽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 정착에 필요한 3가지 포인트를 조언했다. △유럽에 대한 충분한 이해 △국가별 디스트리뷰터 연결 △한국 브랜드 연합의 힘이다.



① Point 1. 유럽에 대한 충분한 이해 
EU로 묶여있지만 유럽은 각 국가마다 유통 체인의 성향이 다르다. 각 국가별로 마케팅 포인트를 다르게 잡아야 한다. 인구, GDP, 역사,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의 이해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게 최적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은 독일연합이다. 독일(8300만명),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묶어 1억명 시장으로 본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가 6000만명 이상으로 두 번째 큰 시장이다. 이어 스페인(4800만명), 폴란드(3800만명)까지 유럽의 주요 시장에 속한다. 수출을 원하는 국가를 명확히 선택한 후 현지 역사, 쇼핑센터, 로컬 브랜드 등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유럽 유통 체인은 매해 시즌에 맞는 프로모션과 기획 상품을 세일즈 포인트로 잡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 시즌 전 9~10월 모든 유통 체인에 ‘24개 선물’이 패키지 된 기획 상품이 진열된다. 유럽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1일부터 매일 1개씩 선물을 풀면서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을 기다리는 풍습이 있다. 이 부분을 세일즈와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3월은 부활절, 4~5월에는 축제가 리테일의 마케팅 포인트다. 

② Point 2. 국가별 디스트리뷰터 연결
유럽의 리테일 담당자와 미팅할 때 들었던 조언은 “디스트리뷰터를 잘 만나라”는 것이었다. 유럽의 유통 채널과 디스트리뷰터의 사이는 끈끈하다. 수십에서 수백 년 간 이어진 유기적 관계다. 특정 유통 체인에서 입김이 센 디스트리뷰터가 존재한다. 

국가별로 수입상을 따로 선정해야 한다. 국가별로 메인 리테일이 틀리고 성향도 달라서다. 특히 유럽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어 온라인 마케팅·판매에 유능한 수입상과 계약을 추천한다.

③ Point 3. 한국 브랜드 연합의 힘
가장 중요하다. 유럽에서 로레알, 랑콤,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K-뷰티가 유럽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나 국내 브랜드의 개별 진출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최근 창립총회를 연 (사)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는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브랜드가 연합해 유럽에 진출하는 방안을 꼭 모색해야 한다.

조성선 지사장은 “브랜드의 유럽 진출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 명확한 현지 사정 파악, 분명한 진출 경로 확인, 리테일 시장의 확실한 분석 등 현명한 대처는 기본이다”며 “무엇보다 브랜드의 연합된 힘만이 유럽 글로벌 브랜드의 벽을 넘도록 만드는 원동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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