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인플루언서 마케팅 효율성 논란

2019년 K-뷰티 熱戰[8] ‘고비용 저효율’로 업체 부담 가중...공정위, 인플루언서 협찬 화장품회사 9곳 조사
‘입소문 마케터’의 진정성 담긴 콘텐츠가 도움

advertorial or advocate?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얘기할 때 기업이 알아야 할 기준이다. 전자는 기사 형태의 광고, 뉴스 기사인 것처럼 보이게 제작된 광고를 말하며 후자는 그 제품에 대한 ‘지지자’를 일컫는다.


광고를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경우는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그래서 광고라고 표기하면 외면한다. 네이버, 구글의 광고(Ad)는 상위에 랭크되지만 이를 클릭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입소문이나 지인의 추천은 제품 선택에 도움을 주거나 오히려 소비자가 추천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소비자 중 92%는 자신이 아는 사람의 추천을 신뢰한다. 또 소비자의 70%는 모르는 사람들의 온라인 추천을 신뢰한다.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쓴 테드 라이터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주도하는 ‘트렌드세터’나 신제품을 먼저 써보는 ‘얼리어답터’와 인플루언서는 다르다. 인플루언서는 최근의 동향이나 기사, 제품 등 사람들이 관심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이다. 따라서 숨은 인플루언서를 찾으려면 ‘진정성’을 가지고 이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찾아 대화를 나눔으로써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해야 한다. 그러면 알아서 퍼져나가며 씨앗을 심었다면 진득하게 기다리라”고 말한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뷰티 인플루언서’, ‘뷰티 크리에이터’, ‘뷰티 유튜버’라는 이름으로 SNS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홍진영 파데’가 말해주듯 인플루언서가 판매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례가 종종 화제가 되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문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고비용 저효율’ 논란이다. ‘진정성’보다는 ‘상업성’이 짙어지면서 내용도 튜토리얼(tutorial)에서 오락성이 강조된다.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나 대행사 개입이 일반화되면서 비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동영상 제작을 위해 첨단 장비를 동원한다.


국내 톱3 인플루언서인 포니(유튜브 372만), 이사배(유튜브 149만), 씬님(유튜브 143만) 등의 출연료는 시간 당 수천 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상위권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제품을 출시하는 등 뷰티사업에 직접 뛰어들기도 해당 화장품사에겐 경쟁사를 키워주는 씁쓸함을 주기도 한다. 


팔로워 수가 수천 명 안팎인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써도 구독자 1인=1000원의 공식이 적용된다. ‘좋아요’ 100개 당 일정한 가격을 부르는 런닝 개런티도 있다. 구독자 15만명이 넘어가면 부르는 게 값이다. 모 업체는 팟캐스트 1회, 60명 블로거 동원 등 조건으로 3500만원에 대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화장품 업체들은 브랜드별로 적절한 인플루언서를 골라 신제품을 보내고 이들이 만드는 동영상 제작을 적극 협찬한다. 또 인플루언서의 화장대 위에 자사 제품을 놓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검색어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클릭수를 조작하는 등 상위 노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를 해주는 전문업체도 등장한다.


한 소셜미디어 홍보업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명 850원, 30만명은 15% 할인된 217만원’ 등을 안내한다.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고 맞춤 댓글도 단다. 인터넷에서 ‘팔로워 늘리기’, ‘좋아요 받기’와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면 수십 개 업체가 뜬다. 댓글이나 후기는 과장이 심하다. 소비자 체험이라고 해서 퍼 나른다. 이른바 댓글을 올리는 ‘언더마케터’들이 포털의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이에 맞춘 조작을 통해 상위에 노출시킨다.


이런 폐해가 드러나면서 공정위는 지난 10월부터 광고주 게시물 의심 사례를 확인하는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품목은 다이어트제품, 화장품, 소형 가전제품 등이다. 인플루언서는 제품 콘텐트를 자세히 표기하지만 광고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지급받은 사실을 공개한 게시물은 거의 없어서, 이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측은 “국내 화장품 기업 9곳을 포함, 다이어트 제품과 소형가전 등 업종과 관계없이 인플루언서 광고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자료를 확보해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다만 수집한 자료와 관련 진술 등을 모두 확보해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화제가 되는 경우는 ‘시장 갈 때 메이크업’으로 구독자 40만여 명인 박막례(72) 할머니처럼 소박하고 친근한 콘텐트다. ‘홍진영 파데’도 민낯을 공개하고 자신의 화장품 사용법을 소개하는 ‘진정성’이 화제를 모았다.


북미의 온라인마케팅 전문가 알렌 정은 “인스타그램은 ‘잘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공간’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람이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곳’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면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함께 ▲창의적인 해시태그와 자신의 브랜드를 잘 연관 지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면 구독자의 충성심을 이끌어 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의 입소문 마케팅의 선구자 에드 켈리는 〈입소문 전파자(Influentials)〉를 통해 미국인 10명 중 1명이 다른 9명의 구매결정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모든 마케팅의 목표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쩌다 그 제품을 써봤는데, 광고에서 본 거랑 진짜 똑같더라“라면 신뢰도는 급상승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전문업체를 선정하려면 그 업체의 경험을 알아보고 사람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인플루언서는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때문에 그 자체가 보상이다. 그들은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게 얘기를 건네고 싶어지는데 그것이 동기 부여다. 이런 진정성이 팔로워를 늘리는 요소다. 할인이나 보상 같은 것으로는 그들의 관심을 살 수 없다.


기업의 경우 인플루언서는 유통전략의 첫 출발점이다. 브랜드와 제품의 콘텐츠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숨어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테드 라이터는 “인플루언서는 공유자이지 판매자가 아니다. 진솔해야 하며 동시에 듣는 이의 지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드버토리얼보다 애드버킷에 중심을 놓아야 하는 이유다.


CNC NEWS=권태흥 기자 thk@cncnews.co.kr


2018년 화장품산업 이슈를 돌아보며, 2019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짚어본다. 2019년은 내수와 수출 분야에서 화장품산업의 한 획을 긋는 변혁의 해로 전망된다. ①K-뷰티, 중국시장에서 주도권 상실 ②73년만에 LG생활건강 ’후‘ 1등 브랜드 등극 ③K-ODM 증설 완료, 중국 시장 ’쾌청‘ ④브랜드사 생존 위협 ’제조업자 표기‘ 변경 요구 ⑤중국 화장품법규 정비, 비무역장벽 강화 ⑥한국 ODM사 무더기 FDA 경고 ⑦로드숍 vs 편집숍 유통채널 지각변동 ⑧인플루언서 마케팅 효율성 논란 ⑨화장품법 개정과 규제 완화 요구 ⑩화장품업계 이슈, 미투·52시간 근로제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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