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화장품업계 이슈, 미투·52시간 근로제

2019년 K-뷰티 熱戰[10] 경제, 사회적 이슈도 화장품업계에 일파만파
‘미투...이미지 실추, 재발방지 대책 마련, ‘7·4 사태’, '탄력근무제' 등 묘수 찾기

2018년은 경제, 사회적 이슈에 화장품 업계도 자유롭지 못했다. 대표적인 게 #미투와 '7.4사태'로 특징 지어진 주52시간 근무제 파동이다.

2월 27일부터 미샤·어퓨 등의 브랜드 커뮤니티 ‘뷰티넷’에는 배신감으로 가득 찬 충성고객들의 게시물과 댓글이 빗발쳤다. ‘불매운동’을 외치는 고객도 등장했다. 실제 “안사요. 지금이 어느 시댄데 이러는거야”, “뷰티넷 전 제품 불매운동 시작합니다”, “여성 고객들 상대로 하는 기업에 이따위 여혐 문화가 판치고 있었다니 충격” 등의 내용이 게시됐다. 



발단은 2월 2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에이블씨엔씨 브랜드 어퓨 A 본부장의 성추행 사실이 잇따라 공개돼서다.

제보자 B씨는 블라인드에서 “술자리에서 툭하면 껴안고 나이트에서 여직원이랑 블루스 추고 여직원 집 앞에 찾아가서 술 먹자고 했다”고 썼고, 또 다른 제보자 C씨는 “ㅇㅍ(어퓨) 술자리 사전 면접 유명하다. 몸매 좋고 자기 스타일이다 싶으면 공식면접 전 같이 불러 술부터 먹는다”고 폭로했다.

A 본부장의 성추행 진실규명과 불매운동으로 게시판이 들끓자 2월 28일 에이블씨엔씨는 뷰티넷에 “문제 사안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직원 교육시스템과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에이블씨엔씨는 뷰티넷의 팝업과 커뮤니티 공지사항을 통해 3월 2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9일 저녁 ‘고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제목의 게시물에는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어퓨 간부 A씨에 대해 “회사 내규에 따라 엄중한 징계가 내려졌다”고 밝혔으나 “왜 징계 내용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고객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징계 수위를 공개하지 못해 답답하다”며 “A씨의 신상이 공개된 상태에서 관련된 내용을 함부로 전할 수 없다. 법적으로도 안 된다. A씨에게 에이블씨엔씨가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성추행 폭로가 있은 후 에이블씨엔씨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범죄’와 ‘사내 폭력’ 등의 조사를 마치고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1. 에이블씨엔씨 이어 더샘인터내셔날, 이니스프리도 ‘성추행’ 논란 

4월 2일 더샘인터내셔날도 ‘성추행’ 파문에 휩싸였다. 블라인드 앱 더샘인터내셔날 채널에는 “사내 성추행을 회사가 함구하고 있다”는 내부 폭로가 있었다. 



더샘 직원 D씨는 “얼마 전 블라인드에 사내 남직원 3명에 대한 성희롱 피해 글과 댓글들이 올라왔었다. 하지만 글 쓴 사람을 오히려 신고하거나 찾아내려 했고 정작 가해자들은 회사에서 보호했다”면서 “임원은 징계하겠다는 말을 번복했다. 이번 일은 함구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했고 추후 발생하는 건에 대해 처벌하겠다고 했다”며 미비한 사후 대처를 꼬집었다.

4월 3일 더샘 관계자는 “4월 2일 오전에 3명에 대한 징계가 있었고 가장 강력한 ‘퇴사’를 조치했다”고 본지를 통해 사후 처리 결과를 밝혔다. 이어 “피해 여성들이 더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묵인했다고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으나 내부에서는 계속 비공개로 조사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내 로드숍 1위 이니스프리도 성추행 가해자 E씨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니스프리가 E씨를 보직해임 후 팀을 이동시켰지만 4월 5일 E씨 피해자들은 블라인드 앱에 “어차피 같은 층,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한다”고 경악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한 직원은 블라인드 앱에 “직장 내 권력형 미투와 권력남용으로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닌데 고작 팀 이동이나 시켜놓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라고? 왜 또 신고하면 팀 이동이나 시켜주려고?”라며 분개했다.

2018년 상반기는 에이블씨엔씨, 더샘인터내셔날, 이니스프리의 ‘성추행’ 사건과 후속 조치가 연거푸 공개되면서 ‘여성’이 주 고객인 화장품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이니스프리를 끝으로 업계에 ‘성추행’에 관련된 특별한 제보나 폭로는 없었다. 2019년은 ‘나’를 밝히는 ‘미투’, 익명의 제보자 폭로 등으로 성추행 파문이 근절되길 뷰티 업계는 바라고 있다. 



#2. 대리급 이하 연봉 지켜낸 코스맥스 ‘7·4 사태’

올해 7월 1일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첫 시도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꼼수를 부리다 직원들의 거센 항의로 사태 수습에 나선 ‘코스맥스’가 구설수에 올랐다. 

이 또한 블라인드 앱에서 폭로됐다. 블라인드 앱에서 G씨는 ‘7·4 사태’를 “사원, 대리급의 연봉 삭감을 통해 회사 수익 개선을 도모하려 했다. 임원들의 수작으로 발생한 사원, 대리급의 블라인드 폭주 사태”로 정의를 내렸다.

7·4 사태의 발단은 6월 28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무환경개선 설명회’였다. 이 자리에서 코스맥스는 “주 52시간 근무를 위해 연장 근무 시 ‘팀장 결재’를 사전 승인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G씨는 “연봉에 연장수당이 포함돼 있어 급여가 줄어들 것을 직원들이 염려하자 진행자는 ‘연장수당은 변경없다’고 했다. 그러나 7월 4일 팀장급에만 전달된 공지에 ‘7월 1일부터 연장 근무 사전승인 시간만큼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의 대리급 이하 연봉은 ‘기본급+연장수당+상여금+인센티브’의 포괄연봉제다. 7월 1일 전까지 사원과 대리급은 연장과 관계없이 20시간을 기준으로 한 고정연장수당을 지급받았던 것. G씨는 “대리급 이하 직원들은 매월 급여가 50만원이 준다”며 “연봉으로 따지면 600만원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직원이 반발하는 이유를 공개했다.

G씨에 따르면 7월 4일 이후 블라인드 앱의 코스맥스 라운지에는 직원들이 내부 비리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또 ‘이직 권유’. ‘연봉계약 거부’, ‘언론 제보 요청’ 등의 제목의 글이 폭주했다고 전해진다. 7월 12일 한 코스맥스 직원은 “결국 삭감은 없던 일이 됐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이라고 G씨가 게시한 글에 댓글을 달았다.

화장품 업계에서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고민에 빠진 기업이 ‘코스맥스’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3일 화장품 용기 제조기업 연우의 기중현 대표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주52시간’ 시행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털어놨다. 연우는 정규직이 1550명에 달한다. 

기 대표는 “법정근로시간 개정과 적용이 7월부터 시행돼 근로시간 변경 등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처를 강구하기 어렵다” “경영애로를 넘어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청원서를 제출한다”고 말했다. 청원서에는 24시간 풀가동해야 하는 용기 사출 업체에 주 52시간 적용이 버겁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한편, 주 52시간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정계도 분주해졌다. 올해 12월 31일이면 주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반면 탄력근로제 확대 여부는 내년 2월 국회에서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탄력근로제란 법이 허용하는 최장 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일정 기간 동안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12월 24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탄력근무제 조정방안에 대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논의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단계에서 6개월의 주 52간 근무제 계도기간이 끝나면 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합리적 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강조했다.

올해 연말 주52시간 계도기간이 종료된다. 탄력근무제 계획도 내년 2월 정도 윤곽이 잡힐 전망으로 임금 삭감 없는 대안마련이 여전히 기업의 숙제로 남았다. 

경제,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미투는 블라인드앱에서 익명으로 폭로됐다. 주52시간 근무제도 워라벨을 중요시 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기존 기업문화 강요는 ‘맞지 않는 옷’일 수 있다. '할 말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이슈 제기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일 가능성이 높다. 화장품업이 고객 밀착형 비즈니스인만큼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는 2019년을 기대한다.    

CNCNEWS=차성준 기자 csj@cncnews.co.kr

2018년 화장품산업 이슈를 돌아보며, 2019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짚어본다. 2019년은 내수와 수출 분야에서 화장품산업의 한 획을 긋는 변혁의 해로 전망된다. ①K-뷰티, 중국시장에서 주도권 상실 ②73년만에 LG생활건강 ’후‘ 1등 브랜드 등극 ③K-ODM 증설 완료, 중국 시장 ’쾌청‘ ④브랜드사 생존 위협 ’제조업자 표기‘ 변경 요구 ⑤중국 화장품법규 정비, 비무역장벽 강화 ⑥한국 ODM사 무더기 FDA 경고 ⑦로드숍 vs 편집숍 유통채널 지각변동 ⑧인플루언서 마케팅 효율성 논란 ⑨화장품법 개정과 규제 완화 요구 ⑩화장품업계 이슈, 미투·52시간 근로제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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