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관계의 나라가 맞다. 사업의 성패는 첫째, 둘째, 셋째도 ‘파트너’에 달렸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파트너는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20일 (사)한국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가 개최한 ‘중국 화장품시장 집중 컨퍼런스’에서 YGP 서수진 대표가 힘주어 한 말이다. 지사나 현지 매장을 설립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올바른 중국 파트너’를 만나는 게 어려운 일이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돈이 된다면 투잡, 쓰리잡을 마다하며 사업 기회를 엿보는 중국인의 사업 근성을 잘 활용한다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서수진 대표가 이렇게 서두를 꺼낸 이유는 2007년부터 중국을 출입하며 느낀 중국인의 성향이 "의심이 너무 많다"였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가들은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절대 파트너를 삼지 않는다. 계약을 맺는 자리에서도 바로 사인하지 않고 티 테이블에서 5~6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며 끊임없이 관찰하는 습성이 배어 있다. 조급한 한국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추가로 내놓도록 진을 빼는 경우도 있다. "중국 시장이 크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기선제압을 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메리트 있는 제품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위챗으로 소통 창구를 열고, 꾸준히 판매방송을 지속하면서 중국시장을 익히다보면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찾아온다"고 전했다. 중국인처럼 '만만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1. 위챗 등 소통 창구를 열어라
올해 6월 알리바바 엔터부문 뷰티 고문직을 제안받은 서수진 대표는 무려 5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법무팀, 재무팀, 엔터팀 등이 번갈아 계약서 리뷰를 달면서 협의가 길어진 게 이유다. 이럴 때 이메일보다는 위챗이 훨씬 피드백이 잘 온다는 점을 발견했다. 담당자와의 이메일은 감감무소식이었는데, 위챗으로 엔터부문 CEO와 친구를 맺고서부터는 수시로 메시지를 통해 응답을 받을 수 있었다. 서 대표가 위챗의 위력을 새삼 느낀 대목이다.
서 대표는 “중국에서 파트너를 찾기 위한 첫걸음은 위챗이다. 중국에 진출하려면 결정권자인 대표가 기본적으로 위챗을 사용해야 된다”고 조언한다. 위챗으로 업무를 보고 관련 서류나 계약서까지 주고받는 중국인의 스타일 때문이다.
혹시 중국어가 걸려 위챗 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라도 “위챗을 매일같이 사용하는 나도 중국어로 대화하지 못 한다”면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초대해 소통하면 된다”고 팁을 줬다.
또 위챗뿐 아니라 웨이보도 주요 소통 도구이기 때문에 병용하는 게 좋다고, 서 대표는 덧붙였다. 위챗의 장점으로 그는 '중국의 트렌드 읽기'를 소개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이 중국에서 인기가 급증했을 때 일제히 한 마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브랜드가 ‘제이준’이었다”며 "위챗은 중국 사업에서 필수"라고 전했다.
#2. 포스팅과 판매방송은 꾸준함이 필수
얼마 전 라이브 판매방송을 시작했다는 서수진 대표는 첫 판매방송에서 가방을 완판했다고 밝혔다. “첫 방송 이후로 계속 판매방송을 이어 간 지 2주도 안 됐다. 200명으로 시작한 동시접속 인원은 현재 5000명에 달한다”며 “매일 판매방송을 지속하는 방법밖에 없다. 꾸준하면 중국인들은 믿어준다”며 직접판매 활용법을 소개했다.
왕홍이 쉽게 매출을 올리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의 세계는 치열함의 연속이다. 이커머스 왕홍은 매일 5~6시간씩 방송하며, 심지어 10시간이나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팬심은 하루아침에 반짝 생기는 게 아니고, 왕홍들도 그런 부분을 잘 알기 때문에 시간 상관없이 팬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한다. 일정하고 꾸준하게 방송하지 않으면 팬심이 외면할까봐 오히려 옆에서 봐도 질릴 정도로 열심히 방송한다는 게 서 대표의 전언이다.
이러한 꾸준함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서 대표는 “매일 방송 할 수 있는 왕홍을 중소 브랜드사가 직접 키우는 것도 방법”이라며 “1개 브랜드의 단독 방송이 부담스럽다면 다수의 브랜드가 연합해 판매방송을 지속하고 왕홍을 투입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왕홍이 유명할 필요는 없다. 중국어가 되고 언변이 좋으면서 매일 성실하게 5~6시간 방송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고 서 대표는 조언했다.
꾸준한 포스팅과 판매방송을 이어가면서, 중국 밴더가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기회’로 활용하라는 게 서 대표의 코치다. 이를 위해 중국어를 잘하는 직원을 채용, 위챗에서 대표를 대신해 협상하고, 중국 계정 관리, 현지 고객 응대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끔 하라는 제안이다.
#3. 중국인이 가장 자주하는 ‘선물 주세요’ 활용해야
“선물 주세요.” 판매방송에서 팔로워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많이 판매하는 왕홍일수록 생방송 중 더 많은 선물을 뿌린다. 실제 중국인들은 왕홍의 선물을 받기 위해 필요 없는 제품을 사기도 한다. 특히 선물의 품질이 좋을 때는 어디서 샀는지를 왕홍에게 꼭 물어본다.
서수진 대표는 “중국에서 마케팅 비용을 별도로 사용하는 것보다 왕홍에게 선물용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강의 말미에 서수진 대표는 "중국은 일이 있어야 찾지 말고, 자주 와야 하는 나라"라는 현지 진출 법인장의 조언을 소개했다.
계약이 틀어지거나 일이 없어도 만나서 차 마시고 밥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시장이나 매장, 파트너를 자주 찾으면서 진정성을 보인다면 중국인 특유의 '의심의 벽'을 넘을 수 있다.
서수진 대표는 “정말 세상에서 찾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면 절대 중국인들은 가볍게 뛰어들지 않는다. 파트너는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CNCNEWS=차성준 기자 csj@cn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