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K-뷰티, ‘오리지널’ 없는 ‘미투(me-too)'로 중·일 소비자 평판 ’꼴찌‘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중국·일본 현지 K-뷰티 평판 분석... 콘셉트 없는 제형·발림성만의 복제품으론 차별성 구현 어려워

K-뷰티는 팹리스(브랜드)와 파운드리(제조사)의 공급망 구조로 ‘빠른 주기’의 신제품 양산으로 글로벌 시장을 휘저었다. 그러나 유행은 유행일 뿐, 소비자 인식에 별다른 차별성을 주지 못하면서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중국과 일본 시장의 소비자를 대상을 K-뷰티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분석한 결과 ‘꼴찌’였다. 오리지널(original) 없이 제조사가 만들어주는 미투(me-too) 제품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니, 소비자는 별다른 차별성을 못 느끼는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 일본 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자로 다른 한국 기업이 꼽히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연구원은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5개국 화장품 브랜드 평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 대중성(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장품 브랜드’로 해당 국가를 떠올릴 수 있는가?) ▲ 차별성(새롭고 신선하며 타국 화장품 대비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가?)을 평가했다. 

한국은 대중성과 차별성 평가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한국 브랜드는 경쟁국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 이유는 팬데믹 이후 소비 성향이 양극화되면서 궈차오(國潮)붐에 힘입어 가성비 좋은 중국 브랜드가 인기를 얻는 한편, 프랑스, 미국, 일본 등 국가의 명품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소비자 대상으로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4개국의 화장품 브랜드 평판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 브랜드에 대한 대중성 평가가 일본에 이어 높은 편이지만, 차별성에서는 한국이 경쟁 국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의 접근성이 높아져 언제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고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도 늘어나 대중성 점수가 높게 나온 반면, 기존 제품과 구별되는 소구점이 없다고 판단해 차별성 점수가 낮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한국 화장품의 만족도 조사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화장품의 ‘사용 용이성’, 즉 화장품의 용기, 패키징, 구성품 등에서 편리하다고 평가했지만, 향에 대해서는 불만족도가 높았다. 일부 제품의 강한 향이 반감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일본 소비자들은 ‘효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불만 요인으로 ‘성분’을 꼽았다. 현지 전문가들은 높은 기술력이 녹아든 고급 화장품 라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도 있어, 향후 오랜 연구가 뒷받침된 효과적인 성분을 내세우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밖에 한국 화장품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콘텐츠는 중국=한국 드라마, 일본=한국 뮤직 비디오로 조사됐다. 이번 중국·일본 기획편에서는 각각 ‘K-뷰티 소비 트렌드 분석’ ‘소비자 특성 분석’ ‘인기 한국 스킨케어 제품 분석’ ‘인기 한국 메이크업 제품 분석’ 등이 게재돼, 현지에서의 반응을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연구원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수출 시장인 중국‧일본 시장에서 K-뷰티가 과연 현지 소비자들에게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고, 어느 정도 위치에 서 있는지를 심층 분석해 기획편을 발간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일본 모두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지만 로컬 브랜드 대비 시장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화장품에 대한 평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의 저자인 신윤창 마케터는 “콘셉트에는 항상 차별화가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차별화가 안 되고 단순히 남의 것을 따라하는 미투 제품에는 콘셉트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제품의 콘셉트는 바로 오리지널 제품의 콘셉트이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중·일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콘셉트가 무엇이냐고 자문자답 해보면, 대부분 제품의 특장점을 내세운다. 그건 콘셉트가 아니다. 파운드리에 휘둘리면 경쟁사와 비교해 다른 어떤 것(something different)이 없는 건 당연하다. 반도체 시장은 팹리스가 파운드리와 협업해 혁신제품을 내놓는다. K-뷰티 팹리스도 ‘나만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차별성’을 구현해줄 파운드리를 다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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