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K-뷰티 혁신의 길] ④ 트렌드 좇아 정부가 인증으로 규제?

네거티브 규제 체계와 배치...식약처, 2023년 말까지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 민간 전환

네이버쇼핑에서 ‘천연화장품’, ‘유기농화장품’을 검색하면 각각 5만 9279건, 7646건이 뜬다. 하지만 2019년 3월 14일부터 시행 중인 식약처의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에 의한 제품은 16개 업체 34개 품목에 불과하다.(‘21. 1월 통계) 

온라인에 버젓이 올라온 숱한 천연화장품, 유기농화장품은 인증제와 상관없이 유통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굳이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또 한 가지 한창 유행어가 ‘비건(vegan) 화장품’이다. 네이버쇼핑에선 6908건이 검색된다. ‘비거니즘’은 탄소중립 목적의 친환경 트렌드로 MZ세대의 가치소비와 접목되며 유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비거노믹스’(veganomics)가 등장하고 기업들은 ‘비건 프렌들리’(vegan friendly)를 강조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이벤트나 상품 출시가 봇물을 이룬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을 필두로 브랜드사들도 비건 전용 브랜드 출시와 식물성 재료 강조 제품군을 다양하게 확장 중이다. 비건 뷰티 시장이 연평균 12% 성장해 ‘25년 26조원을 예상하는 조사도 있다. 과연 그럴까? 

실제 한 카드사 멤버 대상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구매 건 대비 비건 카테고리 비중은 0.005%에 불과하고 그나마 화장품/뷰티케어(0.082%), 출산/육아용품(0.024%), 냉동식품(0.024%)에 대부분 집중”했다고 한다. (롯데멤버스 구매 데이터 조사, 2018.01~2021.08) 또 국내 1인당 육류(소·돼지·닭) 소비량은 11.3㎏(‘80)→54.3㎏(’20)으로 40년간 5배 증가해 쌀 소비량의 94%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조사도 있다. (한우정책연구소)

즉 비거니즘은 높은 관심도에 비해 실제 비건 제품 소비건 수 비중은 미미하다. 낮은 경쟁력 또는 제품 다양성 부족 등으로 시장에서 한계를 보인다. 앞서 언급한 천연, 유기농도 비싸기만 할 뿐이며 애초 화장품 성분 대부분이 식물 추출물인데 이것과 차이점을 알기 어렵다. 마케팅 용어로 변질돼 소비자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다. 

트렌드를 인증으로 만들고 규제로 묶는다는 건 시장과 상관없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기 쉽다. 

15일 ‘화장품선진화 협의체’는 “천연·유기농화장품에 관해 정부에서 기준을 규정하고 인증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없고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라며 “식약처의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의 민간 주도 전환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지난 2월 2일 식약처 오유경 처장은 ‘규제혁신 100대 과제 추진 성과보고회’에서 화장품 분야 ▲31번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 민간주도 전환’을 올해 말 관련 법규정을 통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트렌드를 좇아 인증제를 섣불리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천연·화장품 인증제도의 도입 배경에 대해 식약처는 “소비자에게 명확한 기준의 천연, 유기농 정보 제공”을 이유로 “△화장품 제조업자, 책임판매업자 또는 대학·연구소 등 총리령으로 인증 규정화 △인증기관 지정 근거 마련 △인증 신청절차 마련 등”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천연, 유기농 화장품이 넘쳐나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니 이에 대한 기준을 국가가 정하라는 식으로 인증제도가 마련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행 3년 여가 지나도 인증제품은 극히 미미하고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빌미만 줬다.  

‘화장품선진화 협의체’ 관계자는 “천연·유기농화장품 인증제도는 ▲강제성을 띤 인증제도로 국내 천연·유기농화장품 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사용 ▲제품의 안전과 상관없는 시장 트렌드에 대한 정부 기준과 인증 운영 ▲네거티브 규제 체계에서 현행 표시·광고 실증제도와 충돌 ▲글로벌 인증 자료 증명 외 식약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별도 자료 구비로 기업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식약처 인증을 받았어도 수출을 하기 위해선 COSMOS 인증을 추가로 획득해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 천연 함량 중량 기준 95% 이상, 유기농 함량 10% 이상이라는 기준은 정부의 고품질 추천인증에 해당될 뿐, 유럽 수출기업들은 COSMOS나 ISO 16128이 필요하다. 



식약처의 화장품 정책 기조는 고시 성분을 제외하곤 ‘네거티브 체계’다. 때문에 트렌드를 좇아 인증제도를 만드는 건 규제의 추가일 뿐이며, △글로벌 기준과의 중복 인증 문제 △표시광고의 자율성 △다양한 인증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택 제한 △기업의 비용과 시간 부담 등의 부작용이 크다. 

이명규 부회장은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품질·안전에서 면죄부가 주어진 게 아니다. 기업의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의 민간 주도 전환을 통해 화장품의 ’네거티브’ 체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길 업계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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