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국민청원'에 오른 코스맥스...화장품산업 이미지 훼손 우려

[취재파일] 코스맥스, 중국사업 ’코스맥스이스트‘ 상장 추진...더블카운팅으로 소액투자자 반발
기업문화가 마케팅인 시대...화장품산업 이미지 훼손 우려

코스맥스가 중국법인의 지주회사인 코스맥스이스트의 분리 상장을 놓고 거센 역풍을 만났다. 주가 폭락에 소액주주의 반발은 물론 급기야 ’물적분할 금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외국계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 국민연금이 무조건 동참하라는 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코스맥스에 항의전화 걸기도 지지를 얻고 있다.

요즘처럼 소비자의 변화를 마케팅이 따라가지 못하는 효율성 저하 상태에선 기업문화가 곧 마케팅이 된다. 탄소중립·ESG 경영을 충실히 따르거나 ’가장 인간적인 회사‘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화장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만 생존하는 소비재다. 소비자의 눈길을 벗어나는 순간 위기는 급속히 회사의 생존을 위협한다. 한 기업의 추락은 관련 산업에게도 부정 이미지, 불신을 전파시킨다. 제조업자 표기로 ’코스맥스‘가 표기된 제품도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걱정스럽다. 지난번 한국콜마의 ’친일동영상‘ 논란으로 라벨에 표기된 제품이 불매대상이 됐던 전례가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업의 물적분할을 금지시켜 주십시오’을 올린 청원인은 “코스맥스가 코스맥스이스트를 중복 상장을 한다는 소식에 국민연금 연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은 매일 수십억 원어치를 팔고 있다. 포탈의 증권 토론방에는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손절하고 떠난다면서 코스맥스 사주를 맹비난하는 댓글이 수없이 달려 있다”라고 전했다. 이는 “코스맥스가 상장할 기업의 지분을 취득할 때 금전적 부담이 큰 ‘인적분할’을 선택하지 않고 ‘물적분할’을 선택했기 때문에 개인과 국민연금의 기관투자가에게 금전적 부담을 전가해, 기업은 더욱 이익을 얻고 손실은 개인과 국민연금 투자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의 ‘물적분할’은 사주의 부도덕과 제도 미흡으로 인해 발생한 일로, 물적분할을 금지하는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제도를 고쳐야 한다”라며 법규 개정도 촉구한다. 그러면서 관련 링크로 “중국법인 상장은 수단인 거고, 본질은 승계작업...‘이라는 댓글을 소개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 16일 중국생산법인 지주회사인 코스맥스이스트(코스맥스차이나+코스맥스광저우)를 코스닥에 상장한다고 보도됐다. 이 때문에 20일 주가가 12.77% 폭락하며 시총 1조원대가 붕괴되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며, 포탈의 종목토론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관련기사: 코스맥스 주가 12.77% 급락...시총 1조원대 붕괴 (cncnews.co.kr)

특히 개인투자자들을 분노케 한 것은 지난 6월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주당 10만 3천원에 130만주를 발행 1339억원을 조달했는데 이번 상장 소식으로 8만원대로 추락했기 때문. 당시 기관투자자들은 사전 공지를 받아 지속적으로 매도함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점도 분노를 사고 있다. 게다가 중복상장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투자자 손실이 예상됨에도 일부 애널들이 목표가 14만원을 제시하며 저점매수를 유도함으로써 증권가의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비판도 거세다. 

”나중에 상장된 코스맥스이스트가 또 물적분할 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대주주는 자본만 늘리고 소액주주는 그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 대주주는 더블카운팅으로 자본 늘리고 소액주주는 다시 가치가 희석되고...사기가 아니고 뭡니까...“라는 댓글이 개인투자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또 다른 댓글에는 ”회사의 장밋빛 투자제안에 속아 주당 10만3천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기관투자가에겐 사전통보 했고 개인투자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심 끝에 변호사 자문을 한 결과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볼 수 있으니 민형사 고소를 제안했다“라며 모든 개인투자자의 강력 항의를 촉구했다. 

”오너 일가 지분 29% 외국계 23% 국민연금 14% 개인주주 34%로 사기 유증 행각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에도 강력 항의하자“, ”국민연금은 외국계 적대적 인수합병시 적극 동참해라. 전체 소액주주들은 부도덕한 오너 일가 몰아내고 투명한 경영진을 요구한다“ 등도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회사 쪼개기의 문제는 ”회장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가 분할계획서를 쓰고 기존 회사의 재산을 마음대로 나누어서 새로 생기는 회사로 구성하는 것이 회사분할의 비법이다. 물적분할을 하면 분할주체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해 주주들은 종전과 다름없는 지분가치를 누릴 수 있다. 이때 기존 주주들은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2003년 LG그룹이 회장의 지분율을 높이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다른 재벌들이 잇달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주력회사가 자기주식을 사 모으고, 다른 회사의 잘되는 사업도 그 회사가 주력회사 지분을 열심히 확보하고 나중에 합병시키면 자기주식이 된다. 그런 다음 회사를 분할하고 주식을 맞바꾸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분율이 2배가 되는 놀라운 비법이다. 이후는 삼성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주주들이 인수하지 않고 포기된 전환사채를 제3자 특정인에게 임의배정하는 수법으로 발전, 경영권 우회 상속으로 이용됐다. 

이미 코스맥스는 K-뷰티 브랜드사의 중국 경쟁력 약화 원인 제공자로 원망을 받아 왔다. 누월드의 손실을 코스맥스가 대신 갚아준다거나 해외에서의 한국기업 상대 갑질 논란에 말이 많았다. 화장품산업 내부의 일이라서 눈살을 찌푸리는 데 그쳤지만, 사회적 물의는 성격이 다르다. 화장품산업의 이미지 훼손은 불신을 넘어 불매로 이어질 수 있다. 오너리스크는 화장품산업도 피해갈 수 없는가? 국민과 투자자에게 ’떳떳하게‘ 보이는 게 힘든 일일까?

’인간적인‘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코스맥스의 사회적 불신이 K-뷰티 위기의 한 축이 될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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