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컨’으로 진화한 ‘K-뷰티처럼’

[취재파일]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 2년 전 대일 흑자로 돌아선 ‘K-뷰티’
”한·일 젊은층이 미래“ 소비자만 바라보라


“가마우지에서 펠리컨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을 계기로 소재·부품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계기로 삼겠다며 내건 정부의 방침이다.


가마우지가 주인에게 물고기를 물어다준다면 펠리컨은 새끼를 입안에서 키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K-뷰티는 2017년부터 ‘펠리컨’으로 진화했다. K-뷰티는 만년 적자에서 어떻게 흑자로 반전할 수 있었을까?


한국은 1965년 수교 이래 대일 무역적자가 54년째 이어져 누적액만도 6046억달러(708조원)에 달한다. 1980년대 말 ‘한국의 붕괴’를 예언하면서 ‘가마우지 경제’라고 평가한 일본 경제평론가의 전망 그대로 덫이 됐다. 


하지만 다행히 ‘역전의 기적’을 써내려간 품목 중 하나가 K-뷰티다. 주목할 점은 단순 적자 탈출이 아닌, 미래의 한일 무역전쟁에서 ‘K-뷰티’의 시사점이다. 



통계가 잡힌 2000년~2016년 K-뷰티의 대일 수출액은 13.3억달러. 이 기간 대일 수입액은 25.3억달러였다. K-뷰티의 누적 적자는 10.3억달러에 달한다. 반전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163만달러의 첫 흑자를 기록한 이래 올해 상반기에만 6362만달러 흑자로 격차를 벌였다.(2018년 4659만달러 흑자. 2017년 이후 누적 1.1억달러 흑자 기록 중)


이에 대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주임연구원은 “K-뷰티가 흑자로 돌아섰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1020)에 퍼진 한류 붐 ▲J-뷰티의 국내 수입 둔화 ▲K-뷰티의 품질, 기술 수준의 급격한 성장 ▲K-뷰티의 수출다변화 노력 등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1020)’를 주목했다. 손 연구원은 “일본의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 K-팝, K-드라마뿐만 아니라 주요 도시의 한국 거리에서 음식점, 간식거리 등을 줄 서서 먹는 등 전방위에 걸쳐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 캐릭터 제품, 여행, 화장품 등 한국 관련 제품 구매 및 서비스 이용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존 소비층+신규 소비층 저변이 확대되어 절대적인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마침 K-뷰티의 품질·기술 수준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고, 디자인 등에서 기존 J-뷰티와의 차별화로 눈에 띄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SNS 등에서 제품정보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 했다. J-뷰티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비해, 젊은 소비자들은 좀 더 새롭고 흥미로운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데, 이런 브랜드나 제품을 자국에서 찾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


손 연구원은 “화장품은 이미지 마케팅이다. 일본 기성세대가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인식하는 비중이 20%내외라면, 1020세대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고, 선진국으로 느끼는 비율이 높다. 젊은 소비자층의 인식 개선과 관심이 K-뷰티 수출에 플러스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2017년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업계 전체가 수출다변화에 나선 시기여서,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인 효과도 반영됐다. 


한편 2011년 후쿠시마 사태로 한국의 소비자들이 일본산 제품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화장품 구매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친 점도 꼽힌다. 실제 일본 화장품의 국내 수입은 2012년 –3.8%, 2013년 –17.6%, 2014년 –9.9% 등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K-뷰티가 J-뷰티보다 앞섰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던 K-뷰티의 일본 적자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데, K-뷰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일본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가 주로 찾는 한류 사이트가 ‘모으다(www.mouda.asia)’다. 일본 최대의 한류정보 큐레이션 미디어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소식·화장품·뷰티정보·패션·음식 등 최신 트렌드를 전한다. 100만 유저가 월 1천만 페이지뷰를 자랑한다. 20대 여성이 90%, 모바일 사용자가 90%다. 라쿠텐, 아마존, Q10 등 온라인시장에서도 K-뷰티 전용숍으로 명성이 높다.


또 다른 사례가 한국콜마다. 한국콜마는 1990년 설립 당시 일본콜마의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30년째 협업 관계를 유지하며, 지금도 제2대 주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1조 3579억원 매출을 올리며 일본콜마에 앞선 글로벌 OEM·ODM 업계의 리딩 회사로 성장했다. 윤동한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차별 받고 싶지 않다면 나의 사업을 하라”라고 말한다.


한·일 경제 전면전 양상은 양국 기업인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구도다. 정치와 기성세대를 떼놓고 보면 한·일 젊은층은 글로벌 트렌드를 수평적으로 공유, 공감하는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K-뷰티의 대일 적자 탈출은 일본 젊은 소비자에게 힘입은 바 크다. 또 제품과 서비스의 부가가치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때 가장 높다.


정치·경제 여기저기서 말만 내뱉고 맥락 없는 ‘냄비’를 끓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의 도움 없이도 성장한 ‘K-뷰티처럼…’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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