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여를 거치면서 중국 화장품시장을 들여다 볼 때 알고리즘(algorism) 파악이 중요해졌다. 그만큼 시장이 요동쳤고, 상황도 K-뷰티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봉쇄 및 비자 발급 제한 등 이유로 교류가 끊기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 화장품시장 흐름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사드와 코로나 시기까지 버티던 대부분 기업도 사업을 축소, 철수했다. 리오프닝 됐지만 재진출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웨이메리티안(惟丽美天化粧品有限公司) 김형렬 대표는 23년째 중국 시장을 지켜본 몇 안되는 현지 전문가다. 잠시 귀국한 그는 요즘 명동과 성수동, 가로수길을 누비면서 중국 관광객이 많이 갈 곳을 찾아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K-뷰티를 사랑하는 중국의 2045 여성이 지난 3년여 동안 K-뷰티에 대한 사랑을 포기했을까? 아니면 되살아날까? 너무 흥미롭다”고 말한다. “K-뷰티는 2045 여성에겐 애정이다. 그 사이 K-뷰티가 엄청난 발전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궁금증은 팬덤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렬 대표는 “기자부터 중국에 와야 한다. 이제 K-뷰티가 중국에 올 시간이다. 현장에 와봐야 한다”고 일갈한다. 그는 중국 화장품시장 변화에 따른 중소기업의 활로로 ▲ 프로야(proya 珀莱雅) 처럼 모바일 채널 공략(선점) ▲ 2045 여성을 위한 뷰템(beauty item) ▲ 알고리즘에 따른 인디브랜드의 기회 창출 등을 제안했다.
프로야는 중국 화장품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1880억위안). 중국 스킨케어 랭킹은 7위(유로모니터, 2022)지만 발군의 성적으로 성장 중이다. 김형렬 대표는 “프로야 매출 가운데 온라인에서 80% 이상이 나온다. 그 바탕은 다양한 채널 등장에 맞춘 마케팅 적응력”이라고 설명한다.
중국 온라인 유통채널은 라이브커머스와 안정적인 온라인 플랫폼이 이끈다. 2023년 ‘6.18 행사’ 기간 라이브 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의 높은 신장세를 보인 데 반해 티몰, 징둥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5%를 기록했다. 시장 포화상태에서 라이브커머스가 성장을 견인하는 양상이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프로야는 라이브커머스에 집중한다. 직원들이 직접 임플로이언서(employee+influencer)가 되어 매일 하루 6~8시간 라이브로 300만위안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김 대표는 “2030 여성의 모바일 첫 화면과 많이 보는 채널이 더우인이다. 매일 3시간 이상 시청한다. 소비자 신뢰도 높다”고 말한다. 라이브커머스의 매력은 터치 3회로 결제, 배송까지 이뤄진다는 점이다. 소비자로선 번거로운 절차 없이 직관 소비가 가능하다. 기업으로선 구매력을 높이는데 최고의 채널인 셈이다.
프로야의 전략은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새로 생기는 채널에 선점해 판매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운용하는 채널이 100여개라고 한다. 김 대표는 “프로야는 ‘라이브커머스의 강자가 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예전의 주요 공략 채널이었던 전문점도 12만개 → 8만여개로 감소했지만 B2B로 매력적이다. 초도물량이 크고 선입금도 가능하기 때문에 체인점 입점은 한국 중소기업에겐 기회다. 김 대표는 “지역별로 롤 모델이 될만한 브랜드의 대리점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전시회를 기회로 삼아 주요 지역 대리상과 꽌시 맺기를 추천했다.
앞서 언급했듯 “K-뷰티의 지지기반은 2045 여성”이라는 게 김 대표의 지론. “만나는 기업마다 정치 상황을 걱정한다. 이는 관점이 잘못됐다. 명품에는 국경이 없듯 K-뷰티의 미래는 소비권력을 쥔 중국 2045 여성에게 여전히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20년간 중국 여성의 화장품은 K-뷰티였고, 코로나 3년 동안 K-뷰티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특색 있는 성분을 가진 화장품으로 변화했을지 궁금해 한다는 것. 때문에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가 관건이며 채널의 알고리즘 적응 여부가 K-뷰티의 미래이자 기회라는 주장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100~500위안 가격대는 경기를 안 탄다고 한다. 물론 젊은층은 가성비와 덤(미니어처, 팩 등), 대용량을 찾는다. 소비력이 낮은 대학생을 뺀 2045 여성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중요한 변화가 바로 제품 주기 단축이다. 예전 신제품이 4년 주기라면 지금은 6개월로 훨씬 짧아졌다. 3·8(부녀절)~11·11(솽스이) 사이 5 ~ 6대 쇼핑축제 시즌제 구매가 정착됐다. 그러다보니 롱셀러가 사라졌다. 때문에 현장 플레이어들에게 재량과 유동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K-뷰티로선 신규 카테고리의 2~3년 동안 경험 못했던 최신 제품을 선보인다면 중국 2045 여성에게서 새로운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게 김 대표의 기대다. 한국 상품기획 수준이 콘셉, 제형, 향, 발림성 등에선 중국보다 2, 3년 앞섰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들이 기회 창출을 위해선 ① 목표성 ② 위생허가 획득 ③ 현장 자주 찾기 등을 권했다. 전시회 참가 또는 거래처 개척 시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접근할 것, 온라인 채널별로 파트너를 둘 것도 제안했다.
예전처럼 ‘돈이 안된다, 실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파트너를 교란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대신 ‘꺼리 마케팅 활성화‘를 조언했다.
모바일용을 기준으로 콘셉트·브랜드 스토리·성분·연구 활동·면세점·팝업스토어·볼거리·재미있는 동영상·배경·단상자 등의 정보, 자료를 A4 크기 POP로 많이 제공할 것을 당부했다.
이쯤에서 김형렬 대표는 누구인지 궁금해 할 터. 그는 프로야 허우준청(侯军呈) 회장의 12명 고문 중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참여했다. 자회사 한아(韓雅)화장품 CEO를 12년 역임했다. K-뷰티 전도사이자 C-뷰티 성장을 현장에서 지켜본 실전 전문가다. K-뷰티로선 중국 유통채널 속성을 잘 아는 그의 경험을 활용함으로써 활력 찾기가 필요해 보인다.
(관련기사 中 Proya, 온라인 매출(85%) 강자가 된 3가지 비밀 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7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