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가 중국 퍼펙트다이어리(Perfect Diary·完美日記) 모회사 이센(YATSEN·逸仙電商)과의 합작 공장 설립 소식에 업계 전체가 거센 비판을 내놓았다. 현지 한 기업인은 “중국은 애국소비(궈차오·国潮)가 한창인데 코스맥스는 K-뷰티 입장에서 애국× or 역×인지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후자”라고 일갈했다.
이미 수많은 연구원이 중국 기업에서 일하고, 기술 유출로 카피캣(copycat)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기존 공장(차이나, 광저우)이 있음에도 신공장을 짓는 의도를 헤아리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 게다가 현지에선 “코스맥스가 이센에 기술 전수를 약속하고 읍소하는 등 비굴한 협상 끝에 내키지 않은 이센이 겨우 합의한 모양새”라며 “그렇게 해서 공장을 세운다고 이센이 고마워할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실제 중국 브랜드사라면 “아이디어와 소비자가 중요하지 공장을 운영할 이유도 그럴만한 노하우도 없다”는 게 현지 ODM 관계자의 말이다. 다른 기업인도 “로레알이 되려는 야망을 가진 이센이라면 자체 공장을 지으려고 하지, 합작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한 대기업 브랜드사는 “국내 유수 브랜드사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K-뷰티를 추격하는 일개 로컬기업만을 위한 공장을 짓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라고 반문하고 “제품 공급선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세계 1위 ODM사인 코스맥스가 국내 대다수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한·중 제품 간 차별화가 가능하겠느냐는 걱정이다. 국내 히트제품의 중국 진출은 물 건너갔다는 노여움도 섞여 있다.
현재 K-뷰티는 중국 수입화장품 시장에서 1위(‘18)→3위(’20 1~9.)로 추락한 상태. 그런데 증가율이 5대 수입국 중 가장 낮아, 머지않아 4위인 미국에도 추월당할 것이란 걱정도 있다.
이러다가 K-뷰티 수출액 중 절반 이상(51.7%, ‘21. 1Q)인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현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2016년 7월 사드 갈등 이후 4년 여 동안 K-뷰티는 중국 정부의 견제(화장품감독관리조례 5월 1일 시행)와 소비자들의 자국산 화장품 구입 궈차오(國潮) 열풍, 로컬 기업의 추격과 수입화장품 1, 2위 일본·프랑스 사이 샌드위치 신세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며 K-뷰티 위기설의 내용을 전한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한한령 해제를 푸는 신호로 보고 다시 한번 K-뷰티 소비붐을 기대했는데, 이젠 한국 대선 선거가 10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방한할 이유도 없다”며 “면세시장 타격, 하이엔드(high end) 소비에 밀린 중저가 브랜드의 실적 부진, 글로벌 빅 브랜드의 밀어내기, 온라인 마케팅 어려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유통기한 종료 제품 재고 문제 등으로 중국 화장품시장은 출렁이고 있는데 K-뷰티가 떠밀려 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업계가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인 가운데 코스맥스가 K-뷰티 지원보다 로컬 브랜드를 위한 단독 공장을 홍보하는 게 “과연 어느 나라 화장품 기업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게다가 미·중 경제패권 전쟁 중에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과정에서 국가마다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등 외부적 요인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독자적 생산 네트워크 구축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급변하는 소비자 기호에 대응하기 어렵고, 긴 생산공정에서 종종 문제점이 발생 ▲디지털 기술 발전은 현재 직면한 문제점 해결 방법을 포함하기 때문에 향후 리쇼어링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산업연구원, ’리쇼어링 추진전략과 과제‘에서 인용)
우리나라도 2014년 이후 소위 유턴법을 시행 중이나 성과가 미진하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문제점을 개선한 개정안을 내고 유턴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코스맥스의 중국 신공장 설립은 이미 과잉 투자로 ODM업계가 구조조정인 상황에서 리쇼어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K-ODM은 2015년 중국 특수 폭발 이후 너도나도 중국 공장 신·증설 붐으로 대거 진출했었다. 그러나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극소수를 제외하곤 철수·중단·매각 등으로 지지부진한 데다 4위였던 코스온은 결국 부도 위기에 몰린 상태. 게다가 사드 갈등 이후 K-뷰티 확장성이 제한되고, 오프라인 매장 전면 철수, 온라인 마케팅 어려움 등으로 여전히 고전 중이다.
코스맥스조차 지난해 화장품 부문 매출이 감소했으나 손소독제로 겨우 매출을 맞췄다. 해외 공장은 코스맥스광저우(+16.8%), 코스맥스타일랜드(+12.6%)를 제외하곤 코스맥스차이나(상하이 –8.8%), 코스맥스인도네시아(-21.4%), 코스맥스유에스에이(-5.2%) 등 매출 감소, 적자전환으로 돌아섰다. 특히 영업이익률도 5%에 불과 중국 ODM의 평균 영업이익률 10%대 보다 낮다. 게다가 미국법인은 인수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세계 1위 ODM이라고 하기엔 관리에 한계가 보인다는 게 미국 소식통의 전언이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ODM업계와 달리 코스맥스+이센 합작공장 설립은 국내 화장품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비판도 강하다. 즉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다수 브랜드에서 “불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또 식약처와 보건복지부가 ’일자리 창출‘에 정책 초점을 두고 샌드박스 규제 개선, 맞춤형화장품 제도 활성화 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리쇼어링에 역행하는 코스맥스의 결정은 정책당국자로서도 불편할 수 있다.
현재 코스맥스는 글로벌 30여 곳 1300여 업체에서 원료와 부자재를 공급받는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국내(4억개), 코스맥스차이나A(2.5억개), 코스맥스광저우, 태국, 인도네시아, 코스맥스USA, 코스맥스누월드 등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으며, 생산 규모는 총 17.7억개에 달한다. 오는 2022년 말 완공될 이센합작공장의 생산 규모(4억개)를 합치면 총 21.7억개의 캐파를 갖추게 된다.
코스맥스는 최근 1443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해 지난달 27일, 높은 부채비율에 대한 불안으로 주가가 11.57%나 급락하기도 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맥스의 부채율은 337%로 아모레퍼시픽 277%, 한국콜마 149%에 비해 높다.
한 보도 기사에서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는 “그 동안 코스맥스는 중국, 미국, 동남아 등 진출한 해외 국가에서 로컬 브랜드 성장에 대한 현지화 전략을 진행했다"며 "창립 5년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선 이센과 상생과 동반 성장이라는 가치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술 유출, 과잉 생산, 카피캣 양산, 리쇼어링 역행 등 업계의 비판에 코스맥스는 어떻게 답변할까? 이 대표의 ’가치 경영‘에 과연 K-뷰티의 우려는 있을까? 견실한 성장보다 과욕에 방점이 찍힌다는 한 대표의 목소리가 쟁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