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식약처의 ‘욕심’

국회에서 열린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전문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 지상 중계
보건복지부는 ‘진흥’, 식약처는 ‘안전’, 업계의 바람은?

애초 식약처는 ‘한국화장품안전관리원’ 설립에 한해 좀 더 축소된 안을 가지고 토론에 나섰어야 했다. 4월 23일 국회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전문기관 설립 토론회’ 얘기다.


창원대 곽승준 교수의 발제 ‘화장품 위해평가 동향과 향후 전망’ 발표가 끝난 후 지정토론 자리에서는 이미 제기됐던 유관기관 간의 업무 중복, 식약처의 식품·제약·의료기기에 이은 화장품까지 ‘수직계열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반감을 불렀다. 게다가 옥상옥처럼 화장품업계의 ‘사후관리’를 죄며, 늘 제기되던 식약처 비대화의 행보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작 산·학이 필요성을 느꼈던 ‘화장품 위해평가 사업’의 순수성이 의심받게 됐다. 



#1 '화장품 산업·안전 기술진흥원' 설립 두고 식약처, 보건복지부 갈등

 

이번 토론회는 2018년 8월 23일 김상희 의원 등 11인의 발제로 “화장품산업 발전에 따라…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나 품질·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이를 전담으로 관리·지원할 전문적인 기관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이를 수행할 ‘화장품 산업·안전기술진흥원’을 설립하도록…”의 제안이유 및 내용을 담은 ‘화장품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른 것이다.


먼저 이 법안의 진행과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의안에 따르면 ‘화장품법 제17조’(단체설립)에서 화장품 산업·안전기술진흥원을 설립하며 사업내용은 ①화장품 및 화장품 원료 등에 대한 △위해정보 및 안전성·유효성 관련 정보(화장품 사용에 의한 부작용 발생사례를 포함한다) △기능성 및 품질 등 관련 정보 △해외 수출국가의 시장동향, 규제, 정책, 수출절차 등 관련 정보 ②화장품 및 화장품 원료 등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지원 ③화장품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전문적 기술지원 및 자문 ④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업무에 필요한 시험·조사·연구 및 교육·홍보 ⑤그 밖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사항 등이며, 수익사업을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화장품 진흥원 규모를 1실 1국 5개팀으로 구성하며, 원장(1급) 1명, 실장(1급) 1명, 국장(2급) 1명, 팀장(3급) 5명, 팀원(4급) 10명, 팀원(5급) 10명 등 총 28명의 인력과 첫 해 32억원의 예산을 추정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에 따르면 5년간 177억원이며, 연평균 35억원으로 추산했다.



#2 국회 검토보고, '화장품안전관리원'으로 명칭 변경 검토


법안 추진 과정에서 2018년 12월 4일 열린 정기국회 제11차 법안심사소위에서 송병철 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국내 화장품산업의 지속 성장·유지를 위한 R&D, 산업기술 지원, 품질 및 안전·표시·광고 관리, 정책·제도 개선, 외국의 규제동향 등 각 분야별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화장품진흥원을 설립하도록 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이어서 그는 “현재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식약처 소관 기관은 식품안전정보원, 의약품안전관리원, 의료기기안전정보원 등이 있으며, 다만 현재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 등에서 각각 소관사항에 대한 화장품 육성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업무분담을 고려해서 진흥원의 명칭과 업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송 위원은 “식약처의 업무 특성과 범위를 고려해서 ‘한국화장품안전관리원’으로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범위는 또한 식약처의 고유 기능을 고려해서 △화장품 및 화장품 원료에 대한 위해평가 및 안전성·유효성 평가 지원 △화장품 및 화장품 원료에 대한 부작용 등 안전성 정보의 수집·분석·평가 △화장품 안전을 위한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전문적 기술지원 △화장품 안전관리 선진화를 위한 안전기준의 규제조화 등 국제협력 지원 △화장품 안전 관련 정책수립 지원을 위한 조사·연구 등으로 정비를 했다”고 밝혔다. 또 “보건복지부의 화장품산업 육성사업과의 중복 업무를 조정함에 따라 화장품관리원의 업무를 그 범위에 따라 수정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심사소위에서 식약처 최성락 차장은 “복지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있으며, 거기는 주로 산업 육성인데, 그 기관하고 여기서 말하는 화장품안전관리원의 기능은 서로 조정을 했다…다만 정부출연금이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기재부에 협의를 해야 하는데 아직 협의가, 그쪽에서 조금 신중 검토 의견이 와서…다음번에 심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화장품안전관리원’의 기능은 ‘위해평가’에 한정되면서, 상당부분 식약처 내의 업무와도 중복, 산업진흥의 배제 등으로 정리된 것이다. 토론회는 심사소위의 재판(再版)이었다.


보건복지부 모두순 팀장은 “화장품 안전에 대한 식약처의 역할과 영역, 안전평가 전문기관 설립 당위성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관련 부처와의 조정이 필요하다. 화장품 위해관리는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과 겹치는 등 실무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화장품산업 발전을 위한 모법을 만듦으로써 지원과 육성 근거와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바이오헬스, 의료기기의 경우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는 데서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계 연구소장 등과 만나면 안전관리도 중요하지만 R&D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수출 관련해서 보건복지부가 6월에, 식약처가 10월에 중동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업계가 필요로 하는 판로 개척 등 여러 부처가 시너지를 내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화장품산업종합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등 화장품산업 진흥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식약처 김춘래 과장은 “안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가에 의한 규제에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업체는 규제를 벗어나려고 하고, 감시를 피해 품질과 안전관리에 소홀하다면 정부 노력이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며 “기업의 안전관리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화장품산업에서 품질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 및 원료관리 등에 대한 상세한 기술지원 필요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전해야 K-뷰티 브랜드 파워를 가질 수 있으므로, ‘발전을 위한 규제’를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다.



#3 업무 중복 문제, 실무 대화 부족


이에 대해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조남권 원장은 “유럽은 EU산하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에서, 미국은 FDA와 소비자단체가 지원하는 민간기구인 CIR에서 화장품성분 위해평가를 시행한다. 연구 성과를 보면 SCCS의 300여 건, CIR이 8천여 건으로 비교된다”며 “위해평가사업은 정부 보다는 민간이 운영하는 투표권 없는 위원, 소비자단체가 패널로 참여하는 CIR이 더 효과적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처럼 민·관 재단법인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화장품협회 이명규 부회장은 “화장품기업들이 130여 개국에 수출함에 따라 안전성 확보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 화장품산업은 이미지가 중요해서 안전성이 훼손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동물실험 금지에 따라 기업의 위해평가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 수출 시 독성자료를 제공할 수 없어서 어려움이 많다. 독성자료는 원료회사의 노하우라 해서 기업에선 알 수가 없다. 독성전문기관을 정부에서 설립한다면 이런 점을 해소할 수 있다”며 찬성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엘리드 변경수 대표는 “19년 간 임상영역을 개척해왔는데, 동물대체 시험이나 위해성 평가 외에 임상 영역까지 정부가 담당한다면 임상업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모레퍼시픽 한수선 랩장은 “화장품 업계와 소비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막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데서는 바람직하다. 사전자료에는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애매하다. 발제 내용 중 기대역할에서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대체법 개발이 있었는데, 이미 식약처 안전평가원과 겹치지 않나, 업계 전체와 소비자를 위해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있는 정부기관과의 역할 평가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토론회에서는 ‘화장품안전관리원’의 정의와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문이 많았다. 이에 따라 ▲화장품 원료·성분의 안전성과 위해평가 연구에 특화된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 담당 ▲업계가 할 수 없는 동물실험 위해평가 ▲식약처 내부 또는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보건복지부 등 유관 업무기관과의 업무 중복 문제 ▲꼭 정부기관으로 설립해야 하는가 ▲임상 또는 원료 등 민간기업의 영역 침범 우려 등이 제기됐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기자가 제기한 “시중에는 ‘화해’ 어플이 소비자의 성분기준이 되고 있고, 이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런 왜곡된 정보를 상쇄하는 식약처의 ‘성분 어플’이 현실적으로 더 급한 게 아니냐? 화장품안전관리원 보다는 훨씬 예산을 적게 쓰고도 효율적”이라는 얘기가 더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는 코스모닝 허강우 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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