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CJ·GS·롯데·신세계, H&B숍 영토 전쟁

H&B숍 '화장품 판' 키우기…로드숍, 유전자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빅데이터로 반격 준비
스타필드, 소비자 '시간' 뺏기 집객 효과로 매출 성장

블랙홀처럼 소비자들을 빨아들이는 온라인 시장에 맞서 화장품 오프라인의 공세가 치열하다. 대표적인 게 판을 키우는 H&B숍이다. 이를 둘러싼 CJ·GS·롯데·신세계 등 국내 대형 유통재벌들의 영토 전쟁이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이 사업 시작 18년만에 1000호 매장 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에만 200여 개를 늘린 덕분이다. 1분기에 68개, 2분기 70개를 신규 출점했고 상반기까지 938개에 달했다.


이에 맞서 GS리테일의 왓슨스는 왓슨스코리아의 지분 50%를 매입, 단독 경영권을 확보했다. 상반기까지 13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전국의 편의점 GS25와 시너지를 모색 중이란 소식도 들린다.




롯데쇼핑도 롭스(LOHBS)의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2013년 10개 매장으로 진출한 후 작년에 30여개를 늘려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현재는 89개로 2위 왓슨스를 추격 중이다.


신세계이마트는 영국 드럭스토어인 부츠의 한국체인점 독점 운영권을 따내고 5월부터 스타필드하남점을 시작으로 4개의 점포를 냈다. 최근 서울 명동에 올리브영 명동 본점 30미터 거리에 4층 규모의 플래그숍을 냈다. 면적이 1284㎡(388평) 규모로 국내 H&B 매장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는 10곳에 매장을 낼 예정이다.


현재 H&B숍의 강자는 올리브영으로 올해 매출액 2조원 내외, 영업이익 110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2017년 상반기까지 올리브영의 시장 점유율은 64.9%로 2015년의 56.3%에 비해 8.6%포인트 상승했다.


H&B숍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게 화장품 로드숍이다. 온라인 쇼핑이 강화되는 가운데 원브랜드숍에서 멀티브랜드숍으로 화장품 매출 중심축이 이동하는 구조적 업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맞서 주목해야 할 곳이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이다. 서울에만 300개, 전국 1340개의 매장을 가진 아리따움의 H&B숍으로의 변신 여부도 주목거리다. LG생활건강의 네이처컬렉션도 멀티숍으로 변신 중이지만 H&B숍으로의 변화 여부는 미지수다.


편의점도 화장품 제조사와 협업해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있어 화장품 취급이 늘 전망이다.


H&B숍의 특징은 한 매장에서 화장품에서부터 생활용품까지 해결하는 형태다. 최근 한국의 1인 가구, 젊은 소비자의 이용이 늘고 있다.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선 약품보다는 화장품 등 미용용품·건강보조식품·다이어트 식품 중심으로 드럭스토어보다는 ‘Health & Beauty 숍’으로 불린다.


화장품 유통채널은 인터넷 상의 무점포판매(종합몰·전문몰·온라인몰·온오프라인병행몰·홈쇼핑) vs 오프라인 채널(로드숍·드럭스토어·H&B숍·멀티숍)로 재편되고 있다. 2000년 이후 화장품 유통은 경로의 세분화를 부추기고 ‘가격파괴’라는 모티브로 ‘초저가 브랜드숍’이라는 새로운 유통채널을 만들어냈지만 현재는 온라인쇼핑에 밀리는 형국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은 “올해 유커의 급격한 감소와 H&B숍의 성장에 따른 로드숍의 하향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과거 화장품 정보와 피부관리 서비스로 공급자가 우위에 있었다면, 온라인 쇼핑과 H&B숍의 등장은 1인 가구 등 젊은 층의 소비행태변화에 따른 판매자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통채널 변화의 큰 줄기는 △온라인과 홈쇼핑 등 무점포판매 성장 △로드숍에서 멀티숍으로의 채널 변화 등이다.


여기에 질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과거 유통채널 변화는 가성비를 기반으로 한 가격전쟁이 주도했다. 미샤, 더페이스샵 등 초저가 로드숍 등장은 기존 전문점과 2000년 초 반짝했던 멀티브랜드숍의 몰락을 가져왔다. 승승장구하던 로드숍도 2~3년 전을 기점으로 1인 가구 등장에 따른 H&B숍·편의점의 영향을 받고 있다. 10년이 지나면서 식상하다는 소비자 반응 때문이다.


또 다른 변화는 소비보다 ‘시간’을 빼앗는 판매 전략의 등장이다. 최근 신세계는 체류형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를 본격화하면서 주변 상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온라인몰이 가격과 배송, 모바일 등의 편의성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공략했다면, 스타필드는 소비자의 시간을 빼앗는 전략으로 집객과 체류 효과를 노리며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 별마당도서관 덕분에 고객수가 크게 늘고 기업들의 광고 요청도 끊이지 않는 등 코엑스몰 부활이 대표인 사례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은 멀티숍을 확장하고 맞춤형 화장품 플래그숍을 늘릴 예정이다. 이는 유전자정보 분석 아카이브 구축과 맞춤형 서비스로 집객과 체험 효과를 통해 매출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로드숍의 진화가 예견되는 부분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