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굴기’ 중국인 마음을 잡아라

[장래은의 '차이 나는 China Biz Talk']좋은 뜻과 발음 고려, 사업 성공 위한 지름길...이름으로 성공한 기업들

중국 사업에 성공하려면 이름부터 잘 지어야 한다. 한마디로 중국현지에 걸맞은 ‘브랜드 네이밍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어 브랜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해외기업은 중국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중국어 다시 말해 한자로 된 브랜드를 새로 만든 후에, 반드시 상표등록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중국어 이름 짓기’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어는 뜻 문자이기 때문에 한글처럼 발음대로 말할 수 있는 소리글자와는 완전히 다르다.


주요 도시의 소비자들과의 심층 인터뷰에서도 영문보다는 중문 브랜드를, 브랜드 네임이 긴 것보다는 2~4자 정도의 짧은 것이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중국 진출 전략과 시장조사, 마케팅 등에 못지않게 고심해야 할 것이 중국어 브랜드 네이밍이다. 그러나 많은 우리나라 기업이 이것을 놓치고 있다. 중국 현지에 회사 등록을 하려면 회사 이름이 반드시 중국어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회사 이름이 영어라서 중국어 이름이 없다고 아무리 설명해 봐도 입만 아프다. 빨리 적절한 중국어 이름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짧게는 십여 년 길게는 수십 년간 하나의 브랜드로 이미지를 쌓아온 세계적 기업들도 중국에서 만큼은 새로운 중국식 이름을 지어 시작한다. 이처럼 현지화를 위한 브랜드 네이밍은 하나의 전략이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중국에는 재미있는 한국 기업의 이름이 많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한자어가 있는 경우에는 그냥 三星과 現代로 쓴다. 하지만 한자가 없는 회사는 ‘뜻도 좋고 발음도 멋진’ 중국어 이름을 짓는 게 큰 일 중의 하나다.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중국에서의 비즈니스의 성공과 어려움을 가를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해 내놓은 중국어 브랜드. 宝佳适(바오지아쓰)는 박카스, ‘好丽友(하오리여우)’는 오리온의 중국판 브랜드다. 대부분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각광받아 온 브랜드들이다.


코카콜라는 중국어로 ‘맛있고 즐겁다’는 뜻의 커코우커러(可口可樂), 펩시는 중국어로 '百事(바이스)'다. '百事'의 의미는 '모든 일'이란 뜻인데, 펩시콜라, 즉 '百事可樂(바이스 크어러)'라고 쓰면 놀랍게도 '만사 즐겁게'라는 뜻이다. 새해가 되면 펩시는 '祝你百事可樂'라는 광고를 내거는데 '당신의 모든 일이 즐겁길 기원한다'는 의미다. 


나이키는 ‘튼튼하다’는 뜻의 나이커(耐克)를 중국에서 브랜드명으로 쓰고 있다.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는 이자(宜家)라는 이름으로 '싸고 편리한 집'이라는 의미로 소비자들에게 편리함과 동시에 저렴한 가구를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형마트인 까르푸는 원래 '네거리'라는 뜻이었다. 중국에서의 '까르푸'는 '지아러푸' <家樂福>로 불리는데, '가정에 행복과 즐거움(복)이 가득' 이라는 브랜드 네이밍과 슬로건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KFC의 중국식 발음은 컨더지로 <肯德基> '좋은 닭을 즐긴다' 라는 뜻이다. 기발하면서도 KFC의 특징을 잘 살린 브랜드 네이밍으로 KFC는 중국 패스트푸드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마이당라오(麦当劳)'다.


여성 생리대 'Anerle'는 발음 그대로 '安爾樂(안얼러)'로 편안하고 즐겁다는 뜻이다.


한국의 이랜드도 중국 진출에 성공한 기업이다. 이랜드는 글로벌 브랜드와 입지를 나란히 할 정도로 중국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랜드도 네이밍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이랜드의 중국어 이름은 ‘이롄’(衣戀)이다. ‘옷과 사랑을 나눈다’는 뜻이다. 한국어 이랜드의 발음도 살리면서 이랜드의 업종과 가치까지 잘 전달할 뿐만 아니라 입에도 금방 익숙해지는 이름인 것이다.


중국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제공하면서 ‘빵 문화’를 바꾸고 있는 파리바케뜨는 ‘巴黎貝甛’다. 프랑스의 파리를 소리 나는 대로 巴黎로 하고, 바게트는 발음이 비슷한 ‘뻬이톈’으로 하면서 ‘달콤한 보배’라는 뜻의 ‘貝甛’을 붙여서 만든 말이다.


세계적 커피숍인 스타벅스의 중국어 이름이 ‘星巴克’인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별이라는 뜻의 스타는 성(별)으로 의역하고, 벅스는 소리나는 대로 ‘바커(巴克)’로 음역한 뒤 합성한 것이다.


뚜레주르의 중국어 이름, ‘多樂之日’도 운치가 있다. 발음이 ‘뚜어러즈르’로 뚜레주르와 거의 비슷한데다, 뜻도 ‘(빵을 먹어) 즐거움이 많은 날’ 또는 ‘매우 즐거운 날’이라는 원래 프랑스어, ‘Tous les Jours’와 완전히 일치한다.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인 L'Oreal의 중국어 브랜드인 '欧莱雅(오우라이야)’ 는 ‘유럽의 자연적 아름다움’ 이라는 의미. LANCOME도 '兰蔻(란코우)'라는 중문 네이밍으로 진출해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발음을 활용해 한국의 미샤와 비슷한 발음으로 ‘아름다움을 고민한다’라는 뜻인 '美思(메이쓰)'이다. 이다. 발음도 살리고 가치도 보여주는 성공한 이름이다.


에뛰드하우스(ETUDE HOUSE)는 초기 중국에 진출하였을 때 중국어브랜드가 없었는데, 중국에서는 자생적으로 '爱丽小屋'라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작은 집’이라는 의미의 중국어 이름이 붙여졌다.


LG는 ‘통돌이’ 세탁기를 중국 시장에 내놓으면서 세탁 성능이 탁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시왕’(洗王)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고,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 듀얼폴더 휴대폰을 처음 내놓으면서 ‘솽핀무’(雙屛幕)라는 브랜드를 붙여 호평받기도 했다. ‘두 개’를 뜻하는 ‘솽’(雙)과 ‘스크린’을 뜻하는 ‘핀무’(屛幕)를 절묘하게 결합한 것. 삼성은 또한 TV를 출시하면서 ‘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는 의미를 담아 ‘톈와이톈’(天外天)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중국에 진출한 카페베네는 ‘咖啡陪你(카페이페이니)’다. ‘너랑 함께 하는 커피’라는 뜻이고, 에이스침대는 야쓰(雅思)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진출해 있다.


신라면(辛辣麵), 롯데껌(樂天), 파파이스(派派思) 등도 비교적 현지화에 성공한 중국식 브랜드로 꼽힌다. 이렇게 잘 조화된 중국식 브랜드는 매출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약발’이 만만치 않다. 단, 알파벳 2자로 된 상표는 보호하지 않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그렇듯 중국어 브랜드 네이밍은 중국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세워야 하는 전략이다. 중국의 문화와 중국 사람의정서를 충분히 이해한 후 브랜드네이밍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바로 여기에 중국 진출 성공의 첫 단추 끼우기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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