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만 보이고 K-브랜드 실종, 왜?”

2019.10.11 00:38:01

유통업자에게만 맡긴 K-브랜드의 실패 →”이젠 해외 소비자의 머리를 감동시켜라“
코트라+주간코스메틱 ‘2019 글로벌 화장품 트렌드 포럼‘...“K-뷰티 새로운 변화의 방향은?“


K-뷰티의 벽(壁)은 중국 시장에선 플랫폼이, 미국+서유럽시장에선 리테일이었다. 반면 K-뷰티의 문(門)은 동유럽과 러시아, 베트남 등 신흥시장으로 열려 있음이 확인됐다. 벽을 문으로 만들기 위해선 ‘브랜딩’의 중요성이 새삼 확인됐다.


코트라와 주간 코스메틱신문이 공동 주최한 ‘2019 글로벌 화장품 트렌드 포럼’이 10월 10일 킨텍스 제1전시장 그랜드 볼룸에서 열렸다.


#1 중국, K-뷰티는 꾸준한 성장세, 운영 고도화가 필요한 때


벽면의 ‘K-뷰티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서’라는 걸개가 상징하듯, 400여 좌석을 꽉 채운 청중의 표정마다 전환기에 들어선 K-뷰티의 고민이 묻어났다. 이는 강의를 끝낸 강사와의 짧은 면담을 위한 상담부스에 길게 늘어선 행렬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행사에는 8명의 연사가 지역별 화장품 산업동향 및 시장분석, 성공사례 등을 소개했다. 먼저 티몰글로벌 김민화 매니저가 ‘중국 화장품 시장 동향 및 티몰글로벌로 이해하는 전자상거래 운영 노하우’를 발표했다.


그는 “K-뷰티는 브랜드사가 시장을 리딩해야 하는데, 유통상이나 대리상에 맡기는 행태에 익숙하다. 중국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 마케팅에 활용해야 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사와의 거리감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밴더에 목을 맨 K-뷰티의 현실을 말한 것이다.


김 매니저는 “티몰글로벌과 타오바오와의 채널 차이점은 무엇인가? 잠재고객이 누구이며, 누구에게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지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K-뷰티는 어느 정도 매출이 일어나면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고, “팔리는 제품을 더 팔아야 하고, 신규 고객과의 접점을 이어가야 한다. 입점은 시작일 뿐 재무계획, 마케팅 플랜을 고민하고 플랫폼에서 어떻게 비용을 써야 할지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티몰글로벌은 브랜드 프로바이더가 빅데이터 기반 브랜드의 상품 조합 및 프라이싱 설계, 마케팅 조합, 채널 유형에서의 차별화 등을 이끌어내는 맞춤형 전략을 구축하고 있으므로, K-브랜드의 준비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 미국, 리테일에 대한 무지(無知)


화장품 구독서비스를 제공 중인 스타트업 오더그루브(Order Groove)의 디렉터 제이미 존스(Jamie Johns)는 ‘K-뷰티 브랜드가 미국시장에서 소비자와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2015-17 K-뷰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2019년 K-브랜드는 눈에 띄지 않는다”며 “K-뷰티가 스킨케어의 강자로, 혁신성으로 세계 화장품업계 트렌드를 주도하지만, 정작 K-브랜드는 이전에 경험 못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K-브랜드가 실패한 이유는 △제조 또는 브랜드 차별화 실패 △귀여운(cute) 패키징의 일시적 유행 △싸구려 이미지 △미국 소비자 요구에 미흡 △미국 리테일 이해 부족 △물류 악몽 △잘못된 유통 등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 ▲한국적 사고방식을 깨트려야 하며 ▲올바른 파트너를 만나 집중하고 ▲리테일러에게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라고 조언했다. 


인디 뷰티 브로커스의 니콜 드레온 대표는 ‘미국 뷰티산업과 새로운 트렌드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려면 ①매력적인 성분 스토리 ②마케팅 투자(소비자+직원 교육) ③매장의 판매 세일즈에 샘플 제공 ④제품과 맞는 유통업자 선정 ⑤자체 마케팅팀에 투자(유통에만 매출을 맡기지 마라) 등을 설명하고, 디스카운트 채널을 이용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3 동유럽, 유럽시장의 열쇠


네 번째로 나선 데엠(dm)의 세르비아 구매부문장인 페트라 페트로비치는 ‘동유럽 화장품시장 접근 방법’ 발표를 통해 “데엠은 13개국의 데이터를 보유한 다국적 파트너로, 세르비아를 테스트 마켓으로 해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 7.5억 인구의 유럽에 진출하는 것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세르비아를 비롯한 동유럽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를 써야 하는 이유?와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보고, 만져보고, 발라봐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고객교육, 다국적 파트너 선정, 홈페이지의 영어 버전, 유럽인에 맞는 제품 출시, 마스크팩의 경우 남성이 30% 차지 등 남성화장품 유망 등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했다.


#4 러시아, 고객+세일즈 교육 필요 


K-뷰티의 10대 수출국 중 가장 핫한 국가가 러시아. 올해 8위→6위로 뛰어오르며 태국과 자리바꿈을 했다. 이를 반영하듯 ‘러시아 시장에서의 K-뷰티: 기회와 전략’을 발표한 리브 고쉬(RIVE GAUCHE)의 한국·아시아 브랜드 총괄 안지윤 팀장에게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리브 고쉬는 1995년 설립됐으며, 235개 매장과 300여개 브랜드가 입점, 1200만명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러시아 리딩 드럭스토어다.


러시아에서 'Korea'를 검색하면 가장 많은 인기 카테고리가 K-코스메틱(69%)-관광(35%)-자동차(10%) 순이다. 또 화장품의 인기 카테고리(2017-18)는 크림-마스크-헤어케어-클렌저-아이패치-세럼-메이크업-토너 순.


안지윤 팀장은 “러시아 소비자의 65.5%가 퍼스널케어에서 내추럴 성분을 사고 싶다는 조사가 있듯, 매장에는 organic 코너가 있다”며 “러시아는 K-뷰티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내추럴 콘셉트 △프리미엄화(premiumization) △헤어케어와 뷰티 디바이스 등에 리테일러들의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K-브랜드 의 전략으로 ▲B2B도 스토리텔링이 필요 ▲고객이 제품을 알고 ‘나한테 좋은 제품’인지 여부의 경험을 중시하므로 뷰티 어드바이저에게 어떻게 소개할지 등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밖에 호주의 대표적인 K-Beauty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 스토리(Style Story)’사의 로란 리(Lauren Lee) 대표는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해 지켜야할 인증절차 및 유의사항을 정리, 우리 기업들이 호주시장 진출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기초 지식을 제공했다.


베트남 화장품 업계 컨설팅 사인 GMPc Vietnam JSC&K의 크리스트(Christ) 디렉터는 “한국 화장품이 베트남인의 피부타입 및 기후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심도 있는 현지 시장분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①유통사와의 협업 ②베트남 제조사와의 협업 ③R&D 센터 및 투자사와의 협업 등 세 가지 협업방안을 제안하며, 한-베트남의 뷰티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안했다.


#5 리테일과 브랜드의 관계


미국 강사들은 강의에서 K-뷰티 위기는 ‘포지셔닝의 실패’임을 지적하고 있다. “K-뷰티는 있어도 K-브랜드는 보이지 않는다("K-Beauty" won but Korean brands did not)”는 현실이 이를 그대로 증명한다.


K-뷰티는 트렌디(trendy)로 글로벌 뷰티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런데 정작 K-뷰티가 일시적 유행(fad)이라는 지적은 뼈아프다. 나름 ‘혁신(innovation)=K-뷰티→선도(pioneer)’라는 평가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처음에 한국 브랜드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혁신이 효과가 있음을 확신시켜야했다. 오늘날 한국 브랜드는 미국 소비자가 자신의 브랜드에 관심을 갖도록 설득해야 한다.(Initially, Korean brands had to convince American consumers that their innovations worked. Today, Korean brands must convince American consumers to care about their brands.)” (제이미 존스, 오더 그루브 디렉터)


K-브랜드는 현지 소비자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 브랜딩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할 때, K-브랜드의 긍정적 경험 창조가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선 리브 고쉬의 안지윤 팀장의 말처럼 “브랜드사는 리테일러를 잘 만나야 하고, 리테일러가 브랜드사를 사랑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귀에 쟁쟁하다.




권태흥 기자 thk@cn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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