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5 ‘신원료제품’ 출시 붐
‘21년 20건에 불과했던 NMPA 신원료 등록은 45건(’22) → 70건(‘23) → 89건(’24) → 50여 건(‘25.5)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이에 따라 신원료를 활용한 신제품 출시 경쟁도 불붙고 있다.
NMPA인증전문 마리스그룹 김선화 차장은 “경내기업 5곳 이상이 등록한 NMN은 모니터링 3년 기간이 끝나는 올해 하반기에 신제품이 대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브랜드들이 항노화 트렌드의 중심 성분으로 NMN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선 ‘불로초’로 알려진 베타 니코틴아미드 모노뉴클레오티드(NMN)는 중국 내에서 10회 이상 등록된 대표적인 신원료다. 이러한 바이오 원료가 포함된 제품은 가격군도 높게 형성돼 있어, 크로스보더 플랫폼에서 5개입 ‘NMN 페이셜 마스크’가 상자당 629위안(약 12만원), 30㎖ ‘NMN 에센스’는 병당 2544위안(약 48만원)에 팔리고 있다.
대표적인 식물성 원료인 레티놀/바쿠치올은 신원료로 4회나 등록됐다. 천연성분으로 항노화 효과가 화학원료보다 두드러진다는 평가로 작년부터 식물성 원료가 급증했다. 시우지가 식품성 원료인 송이버섯 크림을 출시한 지 1년도 안돼 티몰에서만 매출이 1500만위안을 돌파했다.


향후 중국 화장품시장이 신원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다. 기존 원료로 장악한 해외 브랜드의 고착된 시장을, 중국 기업이 개발한 신원료로 새로운 카테고리의 신시장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우한무역관은 “투자 측면에서 신규 화장품 브랜드보다 이제는 원료 제조사가 가치를 인정받고 벤처 캐피탈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F-Beauty 통계에 따르면, '23년 중국 내 화장품 원료 분야 투자는 총 27건으로 스킨케어, 메이크업, 맞춤형케어, 의료 미용, 소매유통 등 분야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라고 전했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브랜드 및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술, 원료 등 업스트림 분야로 확산 중이다. 시세이도는 중국의 재조합 콜라겐 개발사 촹지안(创健)메디컬에 2억위안을 투자했다. 로레알도 중국 바이오기업인 상하이창신(杉海创新)에 소수지분을 투자했으며 독일 원료사 에보닉은 쥬안(聚源)바이오에 재조합 콜라겐의 공동 홍보를 진행한다.
연구원은 “중국 뷰티 산업의 성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중국 정부의 화장품 원료 연구개발 지원 정책에 힘입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 화장품 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으며, 향후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마리스그룹코리아 김선화 차장은 “중국 기업들의 신원료 개발 경쟁은 성분·효능·과학적 근거를 요구하는 소비자 니즈에 독자 성분의 브랜드화로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이다. 향후 트렌드로 ‘조례’ 심사를 통과한 품질·안전·안심의 신원료 카테고리에 소비자의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에게 ‘신원료 알고리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예전처럼 ‘묻지마’식 개별 기업 진출이 아닌 신원료 중심 시장조사+제조+마케팅 간 컨소시엄 구성 필요성을 시사한다.

#장면 6 협업으로 복합성분 개발
앞서 중국 화장품 시장 변화에서 살펴봤듯 화장품기업들은 독자 원료 개발을 통해 브랜드화, 차별화로 기업 생태계 구축에 열심이다. 그들의 생존전략은 ➊ 기능성 원료의 첨가량 증가 ➋ 독자 성분의 브랜드화+단일 성분이 아닌 복합 성분 개발 ➌ 과학적 이론에 기반한 제품 콘텐츠 추천 마케팅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중국 화장품시장 혁신을 원료 제조사가 주도하고 있음을 뜻한다.
김선화 차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화장품에 대해 잘 팔리는 몇몇 제품을 사용하지만 그렇다고 브랜드 전체가 인기 있다고 보진 않는다. 특정 제품을 오래 쓰기보다 한번쯤 사용해 보고 쉽게 다른 제품으로 옮겨갈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한다”라고 한국 브랜드의 한계를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기업들은 NMPA 신원료 등록을 통해 새로운 차별성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SNS에서 관련 콘텐츠를 증가시키고 있다. ‘23년부터 신원료 등록이 큰 폭 증가했다. 이제 3년 모니터링이 끝나는 ’26년부터 신제품이 대거 쏟아질 것”이라며 “한국 화장품기업들도 세계 2위 시장에 대한 도전을 지금 시도한다고 해도 늦지 않았다”라고 강조한다.
신원료 또는 신기술로 무장하지 않는 한 한국 화장품의 중국 진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7 추신... 우리나라 신원료 현실은?
우리나라의 신규 원료 등록은 미미한 수준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4년 기능성화장품 심사 964건(제조 760건, 수입 204건) 가운데 신규 주성분은 12건에 불과하다. 신규 주성분 등록은 최근 3년간 15건(’22년) → 13건(’23년) → 12건(’24년)으로 오히려 감소세다. 대부분 기존 성분 위주의 서류 심사로 출시하다보니 신제품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반면 시장에선 기능성화장품의 매출 비중은 해마다 증가세다. 전체 화장품 실적(17조 5426억원) 중 기능성화장품 실적(7조 3,515억원) 비중은 41.9%다.(‘24년 기준) [ 기능성 화장품 실적 비중 30.0%(’21) → 33.8%(‘22) → 37.5%(’23) ] 이는 소비자의 기능성 수요는 느는데, 신원료·신기능 원료 공급은 뒷걸음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 화장품 밸류체인에서 경쟁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분야가 원료, 부자재다. 업계에선 “원료 부자재는 3~5년 안에 한국이 중국을 못 따라갈 것”이라는 비관적 얘기가 많다. 한류 덕분에 아직은 버티겠지만 밸류체인 전반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히알루론산, 나이아신아마이드, 글루타치온, 트라넥삼산 등 인기 원료 대부분이 중국산인데 비해 국산은 고작 추출물로 버틴다. 지재권이 중요한 시점에서 국내산 신원료의 등록이 미미한 점은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화장품 원료 시장은 ① 수입 판매 ② 원료 자체 개발 ③ 수입 원료 가공해 새로운 원료 생산 등으로 구분된다. 어림잡아 수입산이 60~8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후원 ‘혁신성장 피부건강 기반기술 개발’(R&D)사업이 시행 중이다. ‘23~’27년 총 438억원을 투자하며, 이중 필수 고부가가치 기초소재 개발 과제는 22건 196억 9천만원이다.
문제는 최종 화장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개별 기업 또는 개인의 논문 발표, 특허로 끝나고 용두사미가 된다. 국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인데도 업계 전체가 활용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 연구 지원과 관련 플랫폼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원료 개발+R&D를 기업·대학·연구소가 수행하고 이를 제품화시키자는 것이다. 기자는 “예산 투입-회수 방안으로 ‘신소재 은행’ 같은 운영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