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93. 모델 선발 대회(1)

2019.01.18 17:49:59

총 300여 가지의 품목을 선정하고 개발 방향을 결정한 TFT는 각자의 자리에서 여념없이 개발에 몰두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사항들을 공유했다. 기초화장품은 크게 중저가대, 중고가대, 그리고 프레미엄 고가로 나뉘었다. 중저가대의 제품은 거래처 프리몰드를 활용하여 보편적인 디자인에 다양한 천연성분에 맞게 그래픽 디자인을 입힌 피부진정 및 보습라인을 구성하였고, 고가대는 프랑스와 인접한 알프스의 천연 허브 피토 테라피를 활용한 고기능성 라인으로 포진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중고가대의 M&C라인인데, 간판 브랜드에 맞게 기초, 색조, 바디, 향수 등의 화장품의 전 라인을 형성하는 파리 풍의 패션 지향적이고 감각적인 품목이 라인업 되었다. 특히 색조제품의 경우는 자칫 앞으로 남고 뒤로 까진다는 말처럼 부진재고에 대한 위험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품목과 색상의 결정에 신팀장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마케팅, 디자인, 포장개발부, 구매부, 연구소에서 병렬로 연결되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성능 컴퓨터의 네트워크와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에 서있는 사람이 바로 신팀장이었다. 
         
  출장을 다녀온 후 모처럼 가진 TFT를 마치고, 삼겹살에 소주로 가볍게 시작하여 치맥으로 2차를 가진 후, 3차로 노래방에서 고성방가를 하며 밤늦도록 달렸던 신팀장은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지끈거리는 머리를 진한 블랙커피로 달래보려 애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는 몸을 의자에 깊숙이 파묻고 머리를 뒤로 젖힌 채 몸을 칸막이 뒤로 숨기며 빨리 시간이 지나 숙취가 해소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 신팀장은 꿈에서 깨어난 듯 전화를 받으며 몸을 곧추 세워 앉았다.

  “신팀장, 잠시 내방으로 오게나, 소개해줄 사람들이 있네.”

  TFT팀과 매주 회의를 하며, 개발업무에 소비자 리써치에 정신없이 일을 진행하느라 그 동안 찾아 뵙지 못했던 최상무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은 신팀장은 급히 2층으로 향했다. 
     
신팀장이 방문을 들어섰을 때 그 곳에는 세 명의 낯선 이들과 강북지점 박과장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신팀장을 환하게 맞이하는 박과장과 서먹한 듯이 인사하는 세 명의 사람들 속에서 신팀장은 과거 입사 후 나이가 같아 입사동기처럼 지냈으나, 2년 전에 브랜드숍을 하는 다른 회사로 떠났던 송대리도 발견했다.

  “신팀장 어서 오게. 요즘 많이 바쁘지?”

최상무는 밝은 모습으로 어리둥절하는 신팀장을 직접 자리로 안내하며 말을 이었다. 
          
  “이 네 명의 사람들이 앞으로 신팀장과 함께 영업2부에서 동고동락할 지점장과 영업소장들이네. 여기 문지점장은 앞으로 부산 지역을 맡을 것이고, 김과장은 대전, 그리고 이미 잘 알고 있는 송대리는 서울 강남 소장이며, 현재 영업1부 강북지점의 박과장은 영업2부 강북을 맡을 것이네. 아직 광주와 대구 쪽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 쪽도 영업1부에서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브랜드숍 영업을 하기 위해 별도로 분리된 영업2부를 맡길 것이라네.”

  최상무는 신팀장의 소개를 마치자, 고개를 돌려 영업소장들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신팀장은 내가 여러분께 여러 번 얘기한 바처럼, 영업지원부에 있다가 지금은 마케팅 팀장으로 수직 상승한 우리회사의 기대주니까, 영업이니 마케팅이니 하지 말고 한 가족이라 생각하며 서로 협조해서 일을 해나가길 바라네.”
          
  신팀장은 모두에게 일일이 환영의 악수를 나누면서 통성명을 하며, 내심 그 동안 최상무께서 영업2부 조직의 구성을 위해 미리 준비해 온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제품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지점장 및 소장급을 뽑아놨는데, 입에서 술 냄새 푹푹 풍기며 이들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한 그는, 왠지 평소 그답지 않게 미적미적 서먹하기만 했다.
         
  “자~! 지금은 우리 함께 차 한잔 하며 인사나 하고, 점심 먹고 나서 신팀장이 바쁘겠지만 사업개요부터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떤가?” 

최상무의 물음에 신팀장은 해방되었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대답하였다.

  “네, 상무님. 오후 2시부터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들 오후에 뵙겠습니다.”

  신팀장은 기회를 잡아 빠져 나오듯이 최상무의 방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 앉았다. 어제 마신 숙취에 천장이 빙빙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 계속 -
신윤창 작가 repion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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