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스위스에 미·중 관세 협상이 시작됐다고 하지만 미국 유통업계의 불확실성은 “향후에도 중국은 안전한 공급망이 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중국산에 대한 관세를 일부 반영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결국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코트라 미국 뉴욕무역관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관세 여파로 중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이 크게 하락했다. 또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 이슈로 중국산 제품을 취급하는 많은 중소 규모의 아마존 셀러들의 생존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많은 셀러들이 거래처 변경을 시도하고 있고 가격이 낮은 중국산 제품을 취급하는 중국 기반 판매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그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밀렸던 한국산 제품이 파고들 수 있는 틈새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직접 진출하고,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 대상으로 다양한 아마존 플랫폼 진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 측도 해외 셀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A씨는 “관세 부과로 중국산 제품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산 제품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품목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마존의 상당수 셀러들이 제품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기업인 스마트스카우트(SmartScout)가 4월 9일 이후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930개 제품 가격을 2주간 추적한 결과 이 기간 동안 평균 가격 인상률은 29%에 달했다. 가격 인상은 의류, 주얼리, 가정용품, 문구류, 가전제품, 장난감 등 다양한 품목에 걸쳐 이뤄졌다.
CNBC는 아마존 온라인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제3자 마켓플레이스(Third-Party Marketplace)에 등록된 상당수 셀러들이 중국에 기반을 두거나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가격인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셀러들이 인상된 관세를 가격에 반영시킬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직면했다며, 아마존의 물류 시스템과 배송, 광고 수수료에 묶여 낮은 마진율로 사업을 운영해온 셀러들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아마존에서 K-뷰티는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4월 1일 기준 아마존 뷰티 및 퍼스널케어(Beauty&PersonalCare) 베스트셀러 상위3개 제품은 메디큐브의 제로모공패드(Zero PorePads), 콜라겐 젤리 크림 (CollagenJellyCream), 바이오던스의 바이오 콜라겐 리얼 딥 마스크(Bio-Collagen RealDeepMask)로 모두가 한국 제품이다.
다만 기본관세(10%), 개별관세(25%)가 부과된 가운데 90일 유예(7월 9일) 기간 내 한·미 협상 여부가 주목된다. 때문에 “K-뷰티 브랜드들이 변화하는 무역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재정비가 요구된다”고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전했다. (GFC 2호)
만일 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고품질 제품과 합리적인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워온 K-뷰티 브랜드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주요 무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신생 인디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 압박을 더 크게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뷰티 업계에서는 관세 부담이 소비자가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화장품이 저비용 고마진 제품군이라는 점에서, 마진을 줄이면서 제품 가격을 유지할 경우 오히려 가성비 소비가 강화된 미국 시장에서 수요를 견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K-뷰티 제품의 가격 인상이 우려되자,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가 발효되기 전에 앞다투어 한국 화장품을 사재기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인들이 고물가에 대한 걱정으로 사 모으는 물품 6가지 중 하나로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를 지목했다. 그 외 달팽이 크림 등 스킨케어 제품에서 사재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K-뷰티로서는 아마존 등에서 입지를 넓힐 기회가 찾아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존을 필두로 미국 유통망 채널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추가 입점을 기대해볼만 하다.
에스티로더 Krystyne Biser 글로벌 혁신 및 제품개발 총괄은 GF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정부는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제품의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브랜드들은 규제 환경변화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출시할 제품들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설정해야 하며, 제품 출시에 투입되는 자원배분과 규모를 보다 전략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즉 미국 내 여러 소규모 지역별로 제품을 출시하기보다, 제품 수가 적더라도 여러 국가에서 물량 수요가 많은 제품을 보유하는 전략을 가진 기업이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 다수 지역에 소규모 론칭 보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집중적 제품 출시 전략이 브랜드에 일정한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 사이트가 아닌 제품 원산지 국가 사이트를 통한 제품 직접 구매 행태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