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패러다임 전환 시급...나투라(NATURA)의 '지속가능성'에서 배우는 교훈

2022.03.15 19:33:02

[취재파일] ‘지속가능성’으로 글로벌 7위 그룹으로 성장...K-뷰티, 환경보호·공익추구 목표로 가치사슬 새롭게 정립 필요

2022년은 K-뷰티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2010년대를 숨가쁘게 달려온 화장품산업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변화에 집중하고 혁신에 집착하라’고 강요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다 경제·사회·환경에서의 급격한 변화는 화장품산업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예고한다.  



미국 매체는 ‘2022년의 뷰티 트렌드’ 전망에서 “뷰티시장은 10대 초반 대상의 스킨케어 제품과 디지털 기반의 화장품 구매 플랫폼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며, 미용 마스크팩과 지속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둔 제품이 시장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측한다. (Cosmetic Design, 2021. 12. 09에서 인용)

즉 스킨케어가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피부 유형과 조건에 따른 전문가 처방에 기초한 미용 관련 브랜드들은 과학적 결과에 기초한 증거를 제시하여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의 지속가능성을 의식하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거의 모든 기업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나 리필 패키지, 공정 및 윤리적 원료 조달과 과소비 지양 제품 출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고객의 변화되는 요구에 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디지털화에 따라 인공지능·3D 프린팅·증강현실(AR)·DNA분석 등의 기술이 뷰티 시장 진입 경향이 강화되는 가운데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화장용 브러시나 뷰티 마스크 등에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리라는 전망이다. 

이런 트렌드가 가리키는 명백한 메시지가 ‘그린 스완(Green Swan)’이다. 그린 스완은 ‘불확실한 위험’을 가리키는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따온 개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0년 1월 보고서에서 급격한 기후변화가 수요·공급에 충격을 주면 실물경제 위기가 여러 경로를 거쳐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각국 중앙은행이 그린스완을 분석·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0여 년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동을 이끌어온 주역으로 유명한 존 엘킹턴은 저서 『그린 스완』에서 “그린스완은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사회·정치·환경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서 회복과 재생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블랙스완이 우리를 몰락에 빠트리는 문제라면 그린스완은 이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결하는 미래 자본주의 모델이라고 말한다. 즉 피해를 줄이는 것만으로 부족하므로 이제 재생·회복이 지속가능성의 미래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다음은 ‘지속가능성’에서 온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기존 경제와 정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과정을 그린 U자형 곡선, 곧 기하급수적 성장이 가능해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ESG도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된다.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기업이 브라질 최초의 화장품 기업 나투라(NATURA)다. 1969년 창업 당시부터 창업자인 안토니우 루이즈 세아브라(Antonio Luiz Seabra)는 “기업 이익보다 화장품을 개인과 사회, 자연계가 건전한 관계를 맺도록 촉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벰 에스타 벰(bem estar bem), 즉 ‘건전한 웰빙’이라고 표현한다. 

회사명에서 보듯 ‘환경보호’는 핵심 목표다.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리더십 체계와 조직 구조를 갖추고 매년 재무제표와 함께 환경 손익계산서를 발표한다. 2011년에는 아마조니아 프로그램을 시작, 아마존 혁신센터 설립·지속가능한 생산 확대·지속가능한 공동발전 프로젝트 조성 등을 포함시켰다. 

제품과 브랜드 전략에서도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1983년부터 리필 패키지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 1995년 공교육을 위해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는 제품라인을 출시했다. 2000년에는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와 생물 다양성 재료를 사용해 에코스(Ekos) 제품 라인을 선보였다. 

2013년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위해 가치사슬을 최적화했다. 환경을 고려하면서 제품을 디자인하면 소비도 사회의식을 지닐 수 있다는 생각을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으로 삼은 수(Sou) 제품군을 출시했다. 2019년에는 생물다양성과 동물 복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관심을 가지면 아름다움이 탄생한다”라는 포지셔닝 슬로건을 내걸었다. 

나투라의 생산모델은 더 강력한 공동체를 건설하고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뒷받침한다. 지역사회에서 자연적으로 추출한 제품 재료를 구매한다. 2019년까지 아마존지역에서 5천명 이상의 소규모 생산업체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약 450만에이커(1만8천㎢)의 우림을 보호했다. 

그런 노력의 대가로 유엔지구환경대상과 세계기후행동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나투라는 탄소중립프로그램에 투자함으로써 1헤알(약 225원) 당 31헤알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됐다고 평가받는다. 나투라는 '지속가능성'으로 글로벌 7위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향후 행보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투라의 예에서 보듯 공익 추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오늘날 ESG 문제와 관련된 기준, 매트릭스, 데이터 등은 더욱 풍부해지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중국 규제 당국도 2020년까지 중국 상장사들도 ESG 성과에 관한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K-뷰티의 패러다임 전환은 ‘지속가능성’에서 발전 모델을 보여준 나투라에서 시사받는 바가 크다. 



권태흥 기자 thk@cn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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