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장품산업에서 배우는 ‘K-뷰티의 미래’

2021.03.25 22:40:00

화장품학 융합과 우수인력 양성만이 ‘K-뷰티의 지속가능성’ 담보

K-뷰티의 미래는 프랑스에서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 인식이다.  '19년 프랑스의 화장품 수출액은 171억달러로 1위 국가다. 4위 한국(64억달러)과는 근 3배 차이가 나는데, 문제는 질적인 측면(럭셔리, 프리미엄)에서 K-뷰티에겐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다.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장 김주덕 교수는 “화장품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자 미래 먹거리인데, 정작 화장품산업을 책임질 인재 양성을 위한 박사 과정이 없다”며 “K-뷰티는 프랑스 정부와 화장품산업계의 발전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와 관련 최근 발간된 ‘K-뷰티 산업의 혁신원천 분석과 지속가능성 진단’ 보고서는 프랑스 화장품산업에서 배울 점으로 ①현장 중심의 양질의 인적자본 ②산학연계 클러스터 ③강력한 규제체계 등의 3요소를 꼽았다.(정일영·이광호·진설아·이예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첫째 연구팀은 “프랑스 화장품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은 양질의 노동력이 주요 혁신 원천이며 이를 위해 다양하고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프랑스의 학제는 화장품학(cosmetologie)이라는 교육과정이 존재하고 기초학문인 생물학·화학·생리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화장품학은 관련 학문분야의 요소를 융합한다. 교육과정은 향후 진로 및 직업 등과 연계되어 세부적인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그랑제꼴(grand ecole)도 운영한다. 향수학교 이집카(ISIPCA)는 글로벌 조향 및 화장품 학교로 교육과정은 향수, 화장품, 식용향료 분야의 학·석사 및 산업 매니지먼트 등 약 10여개 과정이며 철저한 산업연계형 교육이 이뤄진다.  

둘째 프랑스의 산학 클러스터로는 ▲기업-연구센터-교육기관의 집합체로 구성되며 다양한 R&D 프로젝트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코스메틱 밸리’ ▲향료, 향수, 화장품 및 감미료 분야에 특화된 클러스터로 아로마식물 재배부터 산업생산까지 논스톱 생산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테랄리아-파스가 있다. 화장품단체로는 단일화장품 연합단체(FEBEA)와 단일 미용과 향수 연합단체(CNEP)가 있다. 

셋째 화장품산업은 제품 안전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규제 변화는 혁신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인식에서 규제와 제도를 운영한다. 특히 화장품은 의약품에 비해 위험성이 낮기 때문에 다양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지만 화장품도 안전성을 담보하지 않고 시장에 공급될 수 없다. 의약품안전보건국(ANSM)은 제조업체는 해당 제품이 입법 및 규제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유럽시장에 출시되는 화장품은 강력한 규정을 준수토록 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산업이 럭셔리, 프리미엄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이유는 전문적이고 산학 연계 ‘인재 교육’에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학문 융합을 통한 네트워크 인프라도 강점이다. 이밖에 안전성 관련 규제를 선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믿음을 준다. 



반면 지난 1월 발표한 ‘K-뷰티 혁신 종합전략’은 다양한 과제를 나열만 하고 즉시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한 수준에 그쳤다. 

화장품학 전공 교육은 요원하고, 낮은 수준의 실무 전문교육 프로그램만 진행될 뿐이다. K-뷰티 클러스터 선정(‘21년 지정)은 지자체 간 경쟁으로 명실상부한 국가 중추 네트워크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규제 문제도 충분한 연구 검토를 통해 업계 전체 의견을 듣기 보다는 일부 대기업 요구에 따라 외국에서 시행하지 않은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불만이 생기면 무조건 ’식약처 탓‘을 하는 현상을 초래한다. 

보고서는 ’K-뷰티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에서 ”K-뷰티의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① 혁신원천 생산기제의 다원화 ② 혁신원천의 전환과 연계를 촉진하는 혁신네트워크 형성과 확대 ③ 강건한 혁신시스템을 위한 제도 내실화와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혁신 원천은 결국 ’화장품학‘의 융합과 우수인력 양성이라는 게 기자의 현장 취재감이다. 보고서가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K-뷰티의 혁신원천 4가지(①브랜드 컨셉 ②한방원료 ③제형기술 ④단기간 제품화 능력)가 얼마나 ’사상누각‘인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75년 화장품산업사의 표상일 뿐 프랑스 화장품산업이 제시하는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때문에 보고서도 ”국내 K-뷰티 전략은 세계 3대 화장품 수출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기능성, 맞춤형,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으나 인력양성 방안은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창출 방안으로 구성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K-뷰티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유전공학, 독성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융합연구를 통해 혁신원천을 창발할 수 있도록 고급 인력 양성방안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사람에게 투자를 안 하고서는 화장품산업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명제가 가슴에 와닿는다.  


권태흥 기자 thk@cn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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