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시장, 가성비에 밀리나? K-뷰티 위기

2018.02.20 17:13:42

중국 화장품 시장 소비자 선호도…해외<로컬 브랜드로 역전
샤오미 ‘요핀(有品)’ 생태계 구축, 저렴한 가격에 안심 구매 유도

스킨 로션 39 : 61, 바디 로션 42 : 58, 파운데이션 43 : 57 색조화장품 49 : 51
중국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vs 로컬브랜드의 선호도 조사 결과다. 맥킨지의 ‘2018년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 보고서 내용으로,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라고 무조건 팔리지 않는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소비시장이 가성비 중시로 패턴이 변화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성적 소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의 작년 중국 시장 점유율이 2.4%로 8위에 머물러 충격을 줬다. 상위 1~4위는 중국 로컬브랜드인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으로 65.5% 점유율을 기록했다. 5위는 애플, 6위 지오니 7위 메이쥬 등이다. 갤럭시의 굴욕은 화장품으로 번질 기세다.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라고 무턱대고 좋아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의미다. 실제 ‘메이드 인 코리아’로 화장품 판매는 한계에 부딪쳤다는 얘기는 많았다. 한국파워셀러협회 관계자는  “중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이유로 팔리는 화장품은 없다. 국가를 보고 화장품을 고르기 보다는 믿음이 가는 브랜드에 중국 소비자의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90后)가 소비시장 주류로 등장하면서 가성비(싱자비·性價比)  중시 소비 패턴이 분명해지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라고 해서 배짱 튕기다가는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성비 위주 소비패턴을 촉진한 게 중국 소비강등(消费降级)이다. 지난 5년 동안 소비업그레이드(消费升级)가 진행되면서 역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 흐름이 중국인 생활 속에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대형 헬스장→사용시간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미니 헬스장, 고급 레스토랑 스테이크→패스트푸드식 스테이크, 럭셔리 플라워숍→월정액 99위안(약 1만7000원)의 저렴한 플라워숍, 가라오케→50위안 이동식 미니 노래방 등으로 선호가 바뀌고 있다. 여기에 공유자전거와 같은 공유 아이템 출현 등이 소비강등 현상 붐을 가져왔다.


이에 대해 코트라 우한무역관 류빈 주재원은 “중국의 경기 침체, 집값 상승, 위안화 가치 하락(세계 구매력 20% 감소 초래)이 소비강등 원인으로 작용했다. 젊은 소비 주류층들이 생계비 절약을 위해 가성비 높은 상품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소비 업그레이드’란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포인트로 삼고 브랜드 에센스(调性)가 있는 혁신적(创新型) 체험식 쇼핑"을 뜻한다.


중국 중산층이 자산 격차가 빠르게 벌어짐으로써 일선도시에서 부유층과 극부유층으로 나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 ‘고부채 중산층’이 등장하고 있다. 고부채 중산층은 2채 이상의 집을 소유하는 등 자산은 많으나 주택담보대출로 풍족하지 않은 생활을 영위하는 특징을 가진다. 매월 현금이 마이너스로 생활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처럼 가계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소비의사 결정에서 가성비를 중요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를 겨냥해 ‘적정 가격+우수한 상품(平价优品)’을 주창한 소매업이 트렌드로 등장했다. 중저가 브랜드인 SPA, 이케아, 1달러 체인숍인 Dollar Tree, Dollar General, MINISO 등의 소매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에서 자사 브랜드가 있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 유명 인터넷 회사 왕이(网易, 163.com)는 '왕이엄선(网易严选)'을 출시, '즐거운 생활에 큰 돈이 필요치 않음(好的生活,没那么贵)'을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ODM모델을 통해 브랜드 프리미엄 및 중간 단계를 없애 가격대비 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2017년 중국의 적지 않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이러한 소비 패턴을 따라하며 4월엔 샤오미(小米) 계열 생활전자 플랫폼인 미쨔요핀(米家有品)을 앱(App)을 통해 정식 출시했다. ‘요핀’은 샤오미가 직접 제조과정에 관여해 만든 ‘샤오미(小米) 브랜드 제품과 투자 또는 브랜드 제휴로 묶은 기업의 상품 등이 팔리는 샤오미의 전용 생태계다. 유핀에서 파는 상품은 플랫폼만 제공하는 타오바오와는 달리 샤오미가 제품 선별을 함으로써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근 타오바오(淘宝)도 '타오바오심선(淘宝心选)' 플랫폼을 선보였으며, 텐센트(腾讯)도 이런 소비 패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류빈 주재원은 “ '원가를 낮출 수 없다면 어떻게 상품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상품의 생산 과정 중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없앤 ODM방식이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한 로고 없이 자가 브랜드 스타일를 만들어 가는 MUJI나 가맹업체를 통해 ODM방식의 제품을 제공하는 왕이(网易)와 미야(蜜芽) 등 전자 상거래 플랫폼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중국 소비자의 가성비 상품의 선호 현상은 로컬브랜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의 일용 소비재 26개 품목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로컬의 성장률이 8.4%인 반면 외국 기업은 1.4%에 머물렀다. 로컬 브랜드가 일찍부터 전자상거래를 활용하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것을 외국 기업이 따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의 몰락이 K-뷰티에도 번질 기세다. 대체 불가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사드 보복만이 아닌 가성비 전쟁에서 로컬 브랜드에 뒤지고 있지 않는지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권태흥 기자 thk@cn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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