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촉발한 중국의 변화 속도가 빠르고 예측도 쉽지 않다. 이런 배경 하에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지난달 ‘중국 시장 분석 및 경영지원 설명회’를 개최, 최신 동향을 공유했다.
중국은 3월 개최된 양회에서 ‘소비 진작’을 핵심과제로 내세우며 경기부양 의지를 강조했다. 뒤이어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과 시장 접근성 확대 논의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통상이슈,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에 우리 기업들은 보다 세밀한 시장 분석과 리스크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통상환경’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상하이) 신형관 대표는 “올해 1분기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연합 vs 중국, 러시아 중심의 연합으로 나눠 새로운 경제 냉전이 시작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의 불안정적인 흐름과 함께 미국은 인플레이션, 중국은 디플레이션으로 디커플링 비용을 치루는 중이며, 중국은 1840~1945년 이후 ‘100년만의 대변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소비국, 중국=생산국’이라는 패러다임이 잘못됐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내놨다. 미국의 경우 세계 소비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부적으로 분석했을 때 미국 소비의 69%는 서비스 소비이며 상품 소비는 31%라는 것.
‘재화 소비’를 기준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 소비의 9.3%인 반면, 중국은 세계 소비시장의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부적으로 중국 소비의 54%가 상품 소비로 전 세계 소비의 7%를 차지한다. 즉, ‘재화소비’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신 대표는 2024년 7월 개최된 20기 3중전회 이후 중국의 변화 방향을 소개했다. 중국 정부는 △ 경제 중점을 공급 → 소비로, △ ‘수요’의 방향 역시 ‘외수(수출)’ → ‘내수’로 전환됐으며,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국유기업보다 민간기업이 주도, 자본시장 측면에서 융자가 아닌 투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이처럼 중국의 많은 부분이 전환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제재 등은 중국 정부가 더욱 빠른 속도로 전환하도록 돕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하이 사회과학연구원에서 ‘디지털경제’를 연구하는 쟝위엔위엔(蒋嫒嫒) 연구원은 중국의 AI산업 동향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전자상거래의 경우, AI를 활용해 △ 콘텐츠 자동생성, △ 지능형 고객 서비스, △ 재고 최적화 등의 운영효율을 이루고 있다고 언급했다. AI를 통한 공급망 지능화 사례도 눈길을 끌었는데,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SHEIN이 AI 도구로 신제품 개발 기간을 3주에서 3일로 단축한 사례와, 차이냐오(菜鸟) 물류는 AI 분류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처리 속도가 인력의 10배 가까이 빨라지고, 오류율은 0.01% 미만으로 떨어진 사례를 공유했다.

장 주임은 ➊ 한중 FTA는 양자 무관세 비율이 더 높은 반면, RCEP는 15개국의 더 넓은 지역을 포괄 ➋ 관세 예외와 원산지 규정의 경우, 한중 FTA는 예외가 적고, 민감한 제품에 대한 개방이 빠른 반면, RCEP는 역내 누적이 허용되고, 중국 일부 상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➌ 한중 FTA는 공식적인 발급기관에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규정한 반면, RCEP는 기업이 원산지 신고서를 자율적으로 발급하도록 조치해 이를 통한 화물 통관 효율성 향상을 추구한다라고 비교 설명했다.
그는 “한중 FTA와 RCEP는 유사한 듯 다른 부분이 있기에 각 품목에 따라 유리한 협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주임은 한중 FTA를 활용한 한국 기업의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중국에서 고무(HS CODE: 4002.11) 및 섬유(HS COD:5515.19)를 수입하고, 가공 후 화장솜(HS CODE: 9616.20)으로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수입단계”에서 한중 FTA의 혜택에 따라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고무와 직물 원재료에 대해서는 무관세 정책을 적용받을 수 있다(비협정국의 관세는 8%).
또한, “수출단계”에서 한중 FTA 규정에 따라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화장솜 제품에 대해 누리는 협정 세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세금이 철폐돼 무관세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한중 FTA로 인해 한국 화장품 기업은 화장솜 관련 제품에 대한 관세 감면을 받을 수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면 받은 관세만큼 한국 기업은 원자재 및 완제품 비용을 절감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한국 화장품의 수출액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활용법을 제안했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은 “20기 3중전회 이후 중국의 변화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미래 산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 시장 변화를 살펴야 한다. AI산업은 중국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는 분야로,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라고 시사점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