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LG생활건강, ‘막말 논란’ 임원 보직해임

블라인드 앱에서 드러난 조직 내 수직문화 비판, 학폭 직폭 논란 임원에 반발...“임원 성과 위해 대다수 직원 희생” 등

LG생활건강의 최연소 임원이던 A상무가 ‘막말 논란’으로 보직 해임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A상무는 대기 발령 조치로 업무에서 배제됐다. 보도가 확산되며 LG생활건강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는 2019년 인사에서 당시 34세로 임원 승진돼 화제를 모았다. 연세대 4년 재학 때 LG생활건강 인턴으로 회사생활을 시작, 사내 선발로 UC버클리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팀장·부문장을 거쳐 차석용 부회장의 ‘젊은 인재’ 케이스로 임원에 발탁됐었다. 

익명 SNS 블라인드 앱에 올린 직원의 글에는 "사람한테 대놓고 후지다, 바보냐 병신이냐, 모자라냐 각종 인신공격성 발언 오짐"이라며 "언어폭력 신고하면 대한항공 못지 않을걸요"라고 항의하고 있다. 이어서 “마케팅은 거의 사업부 인원의 반이 나가버렸고 가끔 있을까 하던 영업 퇴사도 러시”라고 해 사내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최근 27건의 글을 보면 제목만 봐도 임원과 직원 간의 수직적인 조직 문화 차이가 여실했다. “직원을 갈아서 임원들에게 성과 파티를”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일은 많이 시키면서 리더들 인격 교육이 안돼 있다”는 지적이다. 대체로 성과는 임원이 차지하고, 급여 불만을 토로한다. “타이타닉처럼 가라앉는 배 같다”는 글에선 “특정층 심각한 꼰대 문화, 고성 히스테리 학폭 직폭 논란 임원들”이 단점으로 꼽힌다. 



대체로 임원들이 “선장이 안좋아하실 거야”라거나 “선장 없을 땐 너도나도 선장 흉내”라는 데서 임직원 간 괴리가 크다는 게 드러난다. 

글쓴이의 소속을 보면 마케팅 10건 연구개발 6건으로 이들이 60%를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마케팅과 R&D 부문에서 볼멘소리가 많다. 이직도 많아 조직이 흔들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다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내부 모순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실적지상주의에 내몰린 임직원의 불만이 ‘막말 논란’으로 폭발했다는 얘기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실적에 내몰리다보니 업무 강도가 세졌지만 인력 충원 없이 매달 숫자 압박에 몰리면서 임직원의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전언. 

이는 “수직적이고 아래로 갈수록 업무량 급증. 직급에 따라 업무시간의 차이가 반비례함”이라는 글에서 직원들은 일만 많고 월급이 안오른다는 불만이 섞여 있다. 때문에 워라밸이 어렵고, 대기업 다닌다는 이미지로 “겉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자조 섞인 표현이 등장한다. 

한 소식통은 “매출이 1조원 이상 성장하면서 업무량이 크게 늘다보니 각 부문마다 인력을 달라는 소리가 많다. 회의 때마다 충원을 얘기하지만 그룹 전체 인원이 늘어 어렵다는 얘기를 듣는다”라고 전했다.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글들만 보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잘 나간다”는 외부의 칭찬이 내부에선 “임원의 계약 연장과 성과를 위해 대다수 직원이 열심히 갈리는 중”으로 표현된다. 그러다보니 “말도 안되는 보상 체계”로 불만이 쌓여 “언론을 통해 보면 천국, 안에서 보면 지옥”이라면서 결국 “침몰하는 타이타닉 느낌”이라는 비슷한 제목이 여럿 올라와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정도(正道)경영을 지향한다.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꾸준하게 실력을 길러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LG만의 행동방식을 의미한다고 한다.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글만 보면 내부의 ‘수직 문화’가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