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창소설] 인식의 싸움 99. 모델 선발 대회(7)

2019.02.18 15:05:07

병원에는 온 가족들이 이미 와 있었다. 어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끼고 의식을 못 차리고 계셨다. 순간 왈칵 가슴이 치밀어 오르며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복막투석을 한 것이 복막염을 일으켜서 몸에 독소들이 쫙 퍼져서 그렇데. 일단 독소를 제거하고..., 근데 더 이상 투석을 못할지도 모른다는데, 어떡하면 좋으니?” 

  누나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일단 기다려 봐야지. 조금만 기다려 보자.” 

  신팀장은 오히려 누나를 위로해 주며 다시 한번 억지로 마음을 가다듬었는데, 어쩌면 이 말은 누나가 아니라 그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오랜 당뇨에 심장병까지 있어 수술도 어려워 의사도 어쩌지를 못하고, 단지 가장 최악의 상태를 막아보는 방법뿐이 없었다. 신팀장은 그날 밤새 병실을 지켰지만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지를 못하자, 결국 아침이 되어 그저 피곤한 몸을 간신히 이끌고 회사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비몽사몽에 어찌어찌 하루를 보내고 병실을 다시 찾았을 때는 다행히 어머니가 깨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의식이 없었을 때가 더 좋았을 정도로 목에 연결한 호스로 피를 토하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계셨다.
        
  “어찌 된거야?”

  “위 천공이래.” 

누나가 대답했다.

  “그럼 위가 구멍났다는 것 아닌가? 아니 갑자기 왜?”

  “그 동안 독한 약과 감염으로 그렇게 됐나 봐!”
       
  산 넘어 산이라더니, 이게 웬 일인지…. 의사도 이 상황을 호전시키지 못해 어쩌지를 못하고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최선의 방안은 수술을 해서 구멍 난 위를 꿰매야 하는데 오랜 지병과 체력이 너무 약해 지금 상황에서는 수술을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선택은 보호자인 신팀장의 몫이었다. 신팀장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 수술을 하지 않고 가능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취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고통과 싸우며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중요한 업무를 마냥 지켜볼 수만 없었던 신팀장은, 처음엔 누나와 교대로 병실에서 밤을 지키면서 업무에 매진하였지만, 모델 선발대회 예선이 진행되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병실을 누나에게 맡기고 차츰 발걸음이 뜸하게 되어버렸다. 때 이른 초여름의 더위보다도 고통스럽고 잔인한 6월이었다.
     
  “신팀장, 바쁘지 않으면 잠시만 내방으로 올 수 있나?” 

  영업 최상무께서 오랜만에 호출하였다.

  “어머니가 안 좋으시다며? 그래 어떠신가?”

  “네…그리 호전되고 있지 않습니다.”

  “일도 바쁜데, 걱정이군. 일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무엇보다 자네 건강도 중요하니 몸조리도 신경쓰게.”
         
  이미 제품 개발도 막바지에 오르면서 디자인의 서대리가 연일되는 야근으로 쓰러져 3일간 병원신세를 지었으며, 바톤을 이어받은 구매팀 이대리 또한 우수 협력업체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다 과로로 쓰러지며 병까지 도져 병원에 장기 입원하게 되어 구매팀 담당자가 교체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만큼 촉박한 일정에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열정이 모든 TFT멤버들에게 꽉 차 있음을 최상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총 책임자인 신팀장마저 쓰러진다면 총체적인 난국에 빠질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오늘 내가 부른 건, 자네가 기발하게 모델 선발대회를 떠들썩 하게 벌인 덕분에 일단 주요 대도시에 있는 거점상권에 우수한 화장품 전문점 17개 점이 우리 매장으로 전환하겠다고 하였네. 전문점 사장들이 우리회사가 역시 다르구나 하면서 M&C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미리 준비를 하겠다고 했어. 비록 17개뿐이 안되지만, 매우 건실하고 탄탄한 전문점이라 기대가 되는 곳이야.”
   
  “아~! 참으로 잘됐네요. 전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데요. 역시 최상무님입니다. 감사합니다.” 

  신팀장은 진정으로 감개무량하였다. 이제 서서히 뿌옇던 안개가 걷히고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 계 속 -
신윤창 작가 repion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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