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일본 효능 경쟁 따라 의약부외품 승인 증가... K-뷰티 진입 기회로 활용

의약부외품 심사에 6개월... 기능성 성분+바이오테크 원료 사용 늘면서 K-브랜드 현지화 적응 필요

일본 화장품시장이 효능 경쟁으로 바뀌면서 ‘기능성 코스메틱’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전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규제 문제다. 다수의 K-브랜드가 일반화장품으로 진입함으로써 ‘주름개선’이나 ‘미백’ 같은 기능성 클레임을 법적으로 표기할 수 없다. 최근 일본 화장품 시장이 효능 트렌드로 옮겨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모를 꾸미는 제품보다 피부상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졌다는 것. 

이러한 변화는 브랜드의 제품 개발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세이도(Shiseido)의 메이크업 브랜드 마끼아쥬(MAQuillAGE)는 2025년, 세럼 안에 파운데이션 성분을 캡슐화하는 역발상으로 제품을 설계해 주목을 받았다. 쓸수록 피부 자체가 개선된다는 이 접근은 색조와 기초화장품의 경계를 허물었고, 메이크업의 스킨케어화, 이른바 'skinification(스킨케어화)' 흐름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2026년 의약부외품 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일본 국내 화장품 출하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다. 한때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선택지에 불과했던 의약부외품은 이제 브랜드 경쟁력의 사실상 기준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약부외품(醫藥部外品)은 일본 후생노동성(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MHLW)이 규정한 제도로, 일반화장품과의 약품 사이에 위치한다. 미백·주름개선·탈모예방 등 특정 효능을 법적으로 표방할 수 있으며, 효과의 근거를 국가가 심사한다는 점에서 일반 화장품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이 제도가 최근 주목받는 데는 일본의 고령화가 크게 작용했다. 전체 인구의 30%가 65세 이상인 사회에서 주름·색소침착 같은 피부 고민은 소비자 다수의 실질적인 관심사다.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는 소비자일수록 효능이 검증된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성분 혁신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엑소좀과 iPS 세포 유래 바이오액티브 같은 바이오테크 원료가 부상하고 있으며, 발효공법을 통해 쌀겨나 사케 같은 전통 성분의 피부흡수율을 끌어올리는 시도도 활발하다. 하다라보(HadaLabo)의 복합기능성 토너, SK-II의 발효 이스트 추출 에센스가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의약부외품의 승인 심사는 통상 6개월이 소요돼 출시 속도 지연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일부 브랜드들은 기존에 승인받은 의약부외품 자료를 신제품 라인업에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우회하고 있다. 특히 남성 코스메틱 분야에서는 여성 제품의 허가 서류를 활용해 남성 전용품목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는데, 후생노동성 규정에 성별 구분이 없다는 점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의약부외품 시장에 해외 브랜드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클리니크(Clinique)는 2026년 2월 브랜드 최초의 의약부외품 부스팅 세럼을 일본시장에 선보였다. 나이아신아미드(Niacinamide)를 중심으로 미백·주름개선·피부정돈 효과를 표방하며, 일본인 피부를 위해 현지에서 연구·개발·제조되는 일본 한정제품이다. 

시세이도 역시 마끼아쥬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2025년을 기점으로 메이크업을 피부를 가리는 도구가 아닌 피부를 가꾸는 경험으로 재정의하며, 색조화장품 영역이 기능성 시장으로 넓어지는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실제 현지 소매업체들은 셀러브리티 협찬에 의존하거나 성분·임상 근거가 부족한 브랜드는 프리미엄 진열 공간 배정을 꺼린다고 한다. 반면 초기에 효능이 검증되거나 성과가 검증된 브랜드는 창고 지원이나 일본 OEM 파트너 연결을 제공하는 등 일본산(Made in Japan) 라벨 확보를 돕는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일본 내에서 규제 승인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고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층 신뢰 확보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한국 스킨케어브랜드 아누아(Anua)와 VT코스메틱스 같은 K-뷰티 브랜드들이 일본전용 의약부외품 기준에 맞춰 포뮬러를 재설계 하도록 압박받고 있다. 

연구원은 “K-뷰티 수출기업들도 이 변화는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에 수입되는 립 제품의 39.3%가 한국산으로 집계될 만큼 색조카테고리에서 K-뷰티는 강자로 평가된다. 나이아신아미드·발효성분·펩타이드 등 한국 브랜드가 강점을 지닌 원료들은 일본 의약부외품 규격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의 진입 문턱이 특별히 높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다만 후생노동성의 심사절차는 별도로 준비해야 하며, 현지 파트너와의 공동개발이나 OEM 방식도 실질적인 진출 경로로 검토할만하다. 성분 과학에 기반한 제품 차별화와 인·허가 대응 역량을 함께 갖추는 것이 K-뷰티 브랜드의 일본시장 안착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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