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신여대 김주덕 뷰티융합대학원장이 12월 12일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C동(1층 중강당)에서 정년 퇴임식을 가졌다. 1995년 경북과학대 화장품과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숙명여대, 성신여대를 거친 30년 교육자의 길이었다. 앞서 1988년 LG생활건강 연구원 재직을 포함하면 37년의 여정이다.
이 시기 K-화장품산업은 김주덕 교수의 인생 역정과 함께했다. 사전 규제의 화장품법 시행 이후 오늘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 변화하기까지 그의 화장품산업발전 정책 제안은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화장품산업은 ‘규제와 혁신’의 양날의 검이 작동하는 시장이다. 프랑스가 정책의 추를 혁신에 놓을 때 로레알이 탄생했다. 중국이 2021년 新화장품관리감독조례(CSAR)로 사전 규제를 강화하자 ‘우물 바닥의 개구리’(井底之蛙)가 되고 있다.
초보 연구원 시절 “한국을 프랑스처럼 국가 이미지 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꿈과 신념을 품고, 김주덕 교수는 화장품산업의 방향성을 혁신에 둘 것을 주장했다. 당시엔 ‘국가 이미지 산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때였다.
이후 김주덕 교수는 보건복지부 화장품발전기획단장을 비롯 식약처, 공정위, 보산진, 산자부 등의 화장품 관련 정책에 참여하면서 혁신으로 일관된 ‘진흥 방안’을 입안, 도출했다. 그런 한편 ‘Only K-Cosmetics’을 위한 인재 양성에 몰두했다. 또한 한국화장품미용학회를 창립해, 화장품 분야 융·복합 연구를 이끌었다. 수많은 기업의 현장 과제 수행, 컨설팅, 개발 연구 등 산·학·연·관에서의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화장품산업발전기획단장으로서 2017년 보건복지부 ‘화장품산업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당시 ‘2020년 G7 진입’ 목표를 3년 앞서 달성하는 정책을 입안했다. 그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주덕 교수는 퇴임식에서도 ‘K-뷰티 글로벌 도약을 위한 화장품 규제 혁신’이라는 주제 강의를 통해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퇴임을 준비하면서 이 주제를 잡은 건 지난날 정책에 많은 제안을 하고 성장해왔음에 진짜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세 가지만 더하면 우리 화장품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자국산업 보호 → 수출 강국(3위)으로 전환기를 지켜봤던 김주덕 교수는 “2000년 화장품법이 제정되고 기능성화장품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화장품 기술이 발전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이젠 안전성 규제 강화, ESG 경영, 맞춤형, AI 도입 등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점이다. 이젠 기능성화장품 제도가 오히려 화장품 발전을 굉장히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즉 기능성화장품이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영되며, 주성분 고시로 실증 없이 기능성 효능·효과 표방이 가능해지며 획일화 됐다. 주성분이 똑같고 별다른 차이가 없는 데다 해외에서 어느 브랜드 제품을 막론하고 ‘한국 화장품은 모두 똑같은’ 중저가로 고착됐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기능성 화장품 대신 더마 화장품으로 가야 된다. 고시 성분이 아닌 실증 자료를 기반으로 화장품에 혁신을 불어넣어야 한다. 프리미엄급 화장품이 탄생하도록 규제를 풀고 R&D에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둘째, 치약을 화장품으로 품목 허가·신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치약은 유독 한국만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규제 강도가 높다. 김주덕 교수는 “화장품 분류에서 유럽과 중국, 미국(불소 함유 OTC, 비불소치약은 화장품)은 치약이 화장품이다. 유럽은 화장품 정의에 ‘치아 및 구강 점막’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우리나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라며 화장품 범위 확대를 제안한다.
셋째, 광고실증제 폐지다. 우리나라는 필수 기재 주의사항을 공통, 유형별, 성분별로 금지 표현과 실증 표현을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실증자료 구비를 의무화하고 있다. 위반 시 금전적 수취보다 광고업무정지 등을 통한 행정처분을 강화하고 있다.
김주덕 교수는 “식약처 행정처분 사전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과거보다 행정처분을 많이 받고 있다. 금지 리스트를 정해 놓고 엄격하게 단어를 선정해 놓고 이를 벗어나거나 어느 거 하나만 빠져도 행정처분을 내린다”라며 광고 실증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기능성화장품이 획일화된 상황에서 표현조차 제한하는 불합리가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표시·광고는 과학적인 실증 자료를 기반으로 자율적 표현 확대와 소비자 정보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기업의 자료를 인정해줘야 한다. 외국과의 정보 교류도 상호 합의가 되면 수출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며 광고실증제 폐지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화장품 수출이 잘 돼서 정부 부처마다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산업이 발전해야 학문도 풍성해진다. 정부도 사후규제로 전환해야 화장품산업의 지속성장이 가능해진다. 지금 인디브랜드의 성장 이면에 단발성 → 지속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문제다. 혁신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라며 일침을 놓았다.
이날 김주덕 교수는 인사말에서 “대학에서 보낸 30여 년의 시간은 제자 양성과 연구, 그리고 학교 발전을 위해 묵묵히 걸어온 값진 여정이었다. 저를 믿고 함께해준 동료 교수, 사랑하는 제자들 덕분에 의미있는 시간이 됐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고 한 사람의 교수자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라며 퇴임의 변을 전했다.
한편 이날 퇴임식에는 많은 재학생, 석·박사 제자와 산업계 선·후배 동료들이 참석해, 그의 퇴임을 축하하는 한편 ‘영원한 현역’이자 스승으로서의 조언을 부탁했다. 숙명여대 향장학과,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한국화장품미용학회, 한국미용문화사연구협회, 코스메카코리아, 한국화장품제조, 에이치앤파마켐, 에이치스퀘어, 뷰티화장품, 코스모닝 등 산·학·언의 많은 인사들이 축하 화분과 메시지를 전했다.
“교수님의 가르침은 제자들이 학문적 소양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하는 자양분”(성신여대 의류산업학과 제자) “교수님이 걸어오신 발자취는 학회의 역사이자 우리 모두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유산”(한국화장품미용학회) “교육적 철학과 따뜻한 지도, 그리고 뷰티산업 전반에서의 전문적 기여는 학과 발전의 큰 힘”(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 “제자들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숙명여대대학원 향장미용전공 졸업생) “명예로운 퇴임을 축하드리며, 앞으로의 새로운 여정이 더욱 평안하고 빛나기를 기원”(성신여대대학원 뷰티산업학과) 등 고마움과 존경의 메시지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김주덕 교수는 “‘화장품의 정석’이 ‘2025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며 보람을 느낀다. 1995년부터 매체를 통해 소비자와 대화했던 경험이 K-화장품의 미래를 구상하는 단초가 됐다. 화장품은 직접 체험해보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게 바로 정석(定石)의 출발점”이라며 “규제보다 소비자에게서 혁신을 찾아야 한다”고 재삼 강조했다. 그는 30여 년 전부터 ‘트렌드 대응이 K-뷰티의 살길‘이라는 점을 예견했었다!































